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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幻の光37

홍상수, <밤의 해변에서 혼자> 1. 아무래도 '문제적'(?) 감독과 배우의 작품이다보니, 이 작품을 두고 자기 변명하려는 홍상수라고 깎아내리는 사람 아니면 영화적으로 아주 괜찮은 작품이라 칭송하는 사람으로 뚜렷하게 양분화되는것 같다. 중간항, 연속스펙트럼을 찾아보기 어렵다. 2. 다른 모든것을 제쳐두고, 김민희의 연기는 '명품'이었다. 저게 연기인지 사적인 김민희라는 사람 모습 그대로인지 잘 모르겠다. 정말이지 '천연덕'스러웠다. 그리고 실제 김민희는 이 영화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은곰상을 수상한다. 3. 언제나 그렇듯, 영화 외적인 것은 최대한 제쳐놓고 보려 노력했다. 언제부터인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엔 은근슬쩍 피식 웃을 수 있는 부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여기선 1부 말미에 갑자기 김민희를 들쳐 업고 무심하게 갈 .. 2024. 5. 28.
홍상수, 「옥희의 영화」 4부 구성. 사실상 4개의 작은 영화가 모여 하나의 장편이 된 것이라 봐도 좋겠다. 아니, 이것은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고전식 교향곡이다. 마지막 악장은 모든것을 품고 뿜어내는 피날레 악장인 교향곡 같은 영화. 그래서 나는 이 영화에 대해 이동진 평론가와 같은 생각을 했다. 난 여기서 '신비로움'을 느꼈다. 와, 두 이야기. 두 ‘그림’을 이렇게 이어 붙여 하나로 완성한다고? -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런 느낌. 2024. 05. 21. 2024. 5. 21.
홍상수, <인트로덕션> "세상 속에서 파편, 조각이 된 청춘 둘의 외로운 이야기."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을 수상한 작품이자 홍상수 감독의 실험작. ... 과 같이, 이 영화를 둘러싼 화려한 수식어들은 잠시 치우도록 하자. 다만, '실험작'이라는 말에는 방점을 조금 더 진하게 찍어볼 필요는 있으리라.주연배우 둘은 홍상수 감독의 건국대학교 영화학과의 제자들 중에서 캐스팅하였다. 특히 신석호 배우는 본래 홍상수 감독 영화 제작진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주연 배우'가 되어 본인도 놀랐다고 한다. 박미소씨는 깊은 신비감을 주는 모습으로 이 영화에서 처음 주연으로 등장하였는데, 그녀 역시 홍상수 감독의 제자들 중 하나였다.영화 자체에 집중을 해보도록 하자. 이 영화를 둘러싼 수식어들은 화려한데, 이 영화 자체는 썩 화려하다고 볼 순 없다.. 2024. 5. 20.
시티시리 몽콜시리, <헝거 Hunger> "가난한 자들은 배고픔hunger을 잊기 위해 먹는다. 그러나 부유한 자들은 더 다양한 것을 많이 먹기 위해 배고픔hunger을 일부러 느낀다."-이 말은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한 문장이기도 하지만, 등장인물들 중 불세출의 셰프 '폴'의 지론이자 요리에 대해 가진 철학이다. 내가 언제나 영화에 대해 글을 쓸 때 그러하듯, 줄거리를 사사건건 읊는 행위는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폴'이 요리에 대해 가진 철학을 알기 위해서는 아주 잠깐 줄거리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폴'은 지독하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 캐비어 한 병 때문에 부유한 자들이 나에게 먹을것을 달라고 애걸복걸 할 수 있는 그런 셰프가 되기로 마음을 먹는다. 캐비어 한 병 때문에 자기가 보는 앞에서 부유한 자들에게 어머니가 수모를 당하.. 2024. 5. 20.
홍상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홍상수 영화를 평론하는 이들이 자주 입에, 그리고 글에 올리는 키워드들이 있다. 반복과 차이, 변주, 지식인의 허영을 풍자한다 만다는 등. 여러가지 담론들은 이미 수도 없이 생산되어 왔다. 이 영화에서도 예외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조금 다른 토핑을 얹고 싶어졌다. 사실, 이 '토핑'이라 표현하는 언어적 요소들은 내 스스로가 독창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이야기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먼저 밝히고자 한다. 그 핵심 키워드는 바로 '해체'이다.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그 이야기가 '선형'linear한 구성을 이루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나중인지, 그 '시점'을 알 수 없는 비슷한 이야기들을 하나의 스크린에서 보여준다. 그리고 두 사건이 온연히 하나인지 아닌.. 2024. 5. 14.
영화 평론(評論)을 쓴다는 것에 대하여. # 1 누가 날 쫓아와서 그래야만 한다고 부여하는 의무는 아니지만, 신작 영화를 보고나면 모자라게나마 몇 글자 남기는 습관을 들이는 중이었다. 얼마전 홍상수 감독의 신작 를 보고도, 아직 '글'답게 무엇을 남기진 못하고 있다. 아직 제대로 습관으로서 자리잡지 못해서이다. 그냥 더 간단히, 내가 게을러서다. 소홀해서다.얼마전 이 영화에 대해 개조식으로 공무원 보고서 쓰듯 하는 이야기를 후기로써 남기긴 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는 분명 매력적인 영화였고, 홍상수 감독 특유의(?) 피식포인트가 지금까지 앞선 30개의 장편 작품들 중 가장 신선하여 재미있는 영화였다. 또한 나이가 들면 들어갈 수록 명배우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겠노라며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짓는 이자벨 위뻬르의 명연기는 더 말할 .. 2024.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