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자와 유키치. 일본인들 사이에선 일본 근대화의 문을 연 사상의 아버지로, 우리나라나 중국에선 제국주의 침략전쟁의 사상적 기초를 가져다준 원흉으로 잘 알려진 사람. 일본 만엔짜리 지폐의 화려한 일면을 장식하는 인물. 나는 도대체 왜 이 사람이 일본에서 그렇게 존경받는 인물인것인지 고교시절부터 매우 궁금했었다. 많은 날이 흐르고 이제서야 후쿠자와 유키치가 왜, 어째서, 그리고 어떤 의미로든 바라보아도 참으로 대단한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그를 단순히 제국주의 전쟁의 원흉이라 몰아가기엔 그의 저작들과 사상에서, 그리고 그 문맥 사이에서 깊이 생각하고 배울만한게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년의 후쿠자와 유키치와 중년 말년의 후쿠자와 유키치에게서 보이는 모순점을 이 책을 통해 그 틈을 어느정도 메꿀 수 있었다. 후쿠자와 유키치. 막부 말기의 일본사회, 그리고 구한 말의 우리나라를 논하기 위해서라도 좋든 싫든 우선 알고 공부하고 익힐 수 밖에 없는 인물들 중 하나다. 


이 책은 후쿠자와 유키치 선생의 사상 등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지는 않는다. 다만 후쿠자와 유키치가 그 당시 지지신보(時事新報) 등을 통해 펜을 들어 글을 쓰고 책을 쓰고 후학들에게 강의를 한 내용들이 과연 어느 '맥락'을 통해, 어떤 '배경'에서 그렇게 나타나게 되었는지를 면밀히 고찰할 따름이다. 일견 보기엔 초년의 후쿠자와는 <학문의 권유 學問のすすめ>에서 "하늘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지 않았고, 사람 아래 사람을 만들지 않았다."고 정언(定言)하며 시작하나, (* 물론 곧바로 이어진 문장에서 '학문'을 갈고 닦는 바에 따라 사람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기는 한다.) 나중에 가서는 근대화에 실패하고 구습에 젖은 조선과 중국을 두고 '동아시아의 나쁜 친구들'이라 표현하고 철저히 무시하기에 이른다. 심지어 조선과 중국같이 인민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나라 따위는 망해도 좋다는 경멸적 표현까지 사용하여 글을 쓰기에 이른다. 


저자 마츠다 고이치로 교수는 바로 이런 후쿠자와 유키치의 사상, 그리고 일견 모순되어보이는 후쿠자와 유키치의 어록들이 과연 진정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 고찰한다. 단 150페이지 밖에 되지 아니하는 얇고 짧은 책이지만, (번역서 기준) 그동안 나 역시도 가지고 있었던 후쿠자와 선생에 대한 의문, 그리고 그 사상적 틈새를 이 책을 통해 어느정도 메꿀 수 있어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후쿠자와 유키치에 대해 더욱 깊은 이해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누구에게든, 그리고 언제든지 일독을 권하고 싶다.


2019. 02. 13. 읽다.

2019. 02. 15. 글을 쓰다.


Posted by Freder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