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수능. 학력고사. 모의고사. 쪽지시험. 퀴즈. 수시고사. 본고사. 과거. 등등등... 유구한 '시험'의 역사가 참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야 천성이 게으른 사람이라 솔직히 말해 학부 시절 불성실한 학생으로 낙인찍혀 숨만 쉬어도 상욕을 먹기 일쑤였고, ('학점'은 곧 인격이었다.) 고교 시절에도 솔직히 말해 다시 돌아가도 후회 없을만큼 열심히 공부했던것도 아니었으며, 본과 4학년때 국시 공부 하던 때도 솔직히 남들 하는 만큼 따라나 가보자 하는 수동적이고 게으르며 불성실한 사람이었긴 한데...


시험에 '과몰입'했다가 영광의 상처를 안고 돌아온 친구들을 보니 기분이 짠하다는 생각이 든다. 방금 어느 환자분이 오전 진료 접수가 끝났음에도 꼭 이야기좀 들어달라 해서 10분 정도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든 생각이다. 문제는 '합격'하면 '영광'의 상처가 되겠지만 '불합격'하면 영광의 '상처'라는거다. 방금 나와 대화한 사람은 후자인 사람이었다.


지금의 내 능력과 근무하는 환경상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없었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나라의 유구한 '시험'의 역사가 참 여러 사람을 갉아먹는구나 하고. 그리고 자신 뿐만 아니라 남까지 갉아먹고 있구나, 라고.


"선생님, 제 말좀 들어주세요. 요즘 제가 너무 주변 사람들과 마찰이 잦아서 힘들어요. 화를 쉽게 참지 못하겠고, 세상이 다 저를 비웃는것 같아 미치겠어요."


이 말에서 시작된 아주 잠깐의 대화였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일단 점심을 먹으며 되새김질을 해봐야 하겠지 싶다.


2019. 1. 14. 진료실 이야기

2019. 1. 21. 글로 정리하여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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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reder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