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미디는 그저 웃겨서 코미디가 아니라, 인간의 칠정(七情)을 아름답게, 맛있게, 멋있게 버무렸으니 코미디가 되는거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 사회 하면, '단일민족'이라는 말은 잊어야 한다. 국제결혼과 다문화가정은 점차 많아지고, 흔해지고 있다.. 이미 우리는 '흑인 한국인'과도 함께 어울려 국밥을 먹고 소주를 마시고, '백인 한국인'과도 월드컵 응원을 같이 하며 맥주 한잔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런 '현실'을 담은 빼어난 영화가 있으니, 그 제목 <월남보살> 되시겠다.
영화속 주인공, 수연은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출신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다문화가정 2세 고교생이다. 그런 다문화가정에서 성장한 아이, 수연에게 신기(神氣)가 보인다.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신병(神病)으로 고생하고, 주변 사람들이 불행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베트남의 신(神)을 모셔야 하니, 이제부터 베트남으로 가서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외친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데가 여긴데 어딜가!"
그래서 수연은 친구들과 묘안을 내어본다. 아, 한국에서 우리끼리 굿을 해서 '대한민국의 장군신'을 불러서 내림을 받아보자. 그러면 한국을 떠나지 않아도 되잖아!
그런데 저~기 멀리 베트남(월남)에서 찾아온 신(神)과 한국의 장군신이 서로 수연에게 가겠노라 싸우기 시작한다. 그 광경을 보다못한 수연은 두 신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단순히 재미진 코미디 단편이어서가 아니다. 코미디 속에 뼈를 담았고, 세상을 담았다. 우리가 마주한, 더이상 '단일민족'이란 없을 미래의 우리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었다. 여기에서 진동하고 고뇌하는 수연. 그러나 "나는 김해 김씨 참의공파 55대손이야!!"라고 외치면서도, 어머니의 나라 베트남의 신(神)도 받아들인다. "내가 나고 자란곳이 여긴데 어딜가!!"라고 하지만, 끝내 한국의 장군신도 받아들이고 베트남의 할매신도 받아들인다.
영화는 수연이 두 나라의 신을 모두 내림 받아 용하디 용한 무당이 되어 점을 봐주는 장면으로 끝나지만, 이는 무당이 된 수연이 아니라 더이상 정체성의 문제로 진동하거나 고뇌하지 않는 수연의 모습을 보여준 것일 터.
이처럼 재미와 함께 나눌 사회적 고민거리, 이야깃거리를 모두 담은 좋은영화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영화 그 자체의 디테일이 '죽여주는'건 당연한 이야기다. 한-베트남 양국에서 모두 무속에 관련한 자문을 받았고, 베트남어 연기를 위한 자문도 받았으며, 여러모로 모자란게 없는 그런 단편이었다. 디테일에 있어 과장 좀 섞자면, 봉준호 마저도 두 손을 들만한 디테일. 재미와 진지함 모두를 잡아냈다. 그래서 좋았다.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건, 꽤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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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를 맡은 배우들이 각각 베트남의 신, 한국의 장군신으로 각자 1인 2역을 하는 부분도 흥미롭고, 주연을 맡은 배우 '권유경'씨가 실제 한국-베트남 부부의 2세라는 점도 더더욱 흥미롭다. 권유경씨는 앞으로 크게 될 사람이라 생각한다.
2026.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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