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릴리 프랭키에 대해 찾아보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이제서야 이 영화에 대해서 쓴다.
하지만 좋은 말을 써주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다.
1. 소리, 그리고 눈으로 느끼는 즐거움 만큼은 확실하다. 사실 두만강이 그렇게 강 폭이 넓은 곳이 아님에도 너른 얼음 들판으로 표현되어 눈으로도 그 추운 겨울과 모진 일제강점기의 '차가움'을 느낄 수 있게 표현한 감독의 연출력에는 경의를 표한다. 소리 역시도 그러하다. 일단은 눈과 귀는 즐겁다.
2. 그런데 개인적으론 거기 까지였다. 귀를 즐겁게 하다가도 "안쥰근와 도꼬다? (안중근은 어디에 있나?"라고 말하는 일본군 장교의 대사가 짜증스러울 정도로 반복된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환청까지 들릴 정도였다. 이런 씨X, 지금도 생각을 떠올리면 귀에 자꾸 왱왱거리고 울린다. "안쥰근와 도꼬다?"
3. 안중근 '장군' (그는 대한민국 육군 참모중장, 장군이시다.)의 이토 히로부미(伊藤 博文) 사살 사건에 대해 긴박하게 다루는 부분도 나쁘진 않았다. 그럼에도 안중근 '한 사람'만을 조명하려 하지 않았다. 가능한한 많은 배우들에게 기회를 주고, 많은 배우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배려한 연출에도 경의를 표한다.
4. 그런데 그것도 거기 까지였다. 정말로 짜증 스러울 정도로, 이제 좀 그만 하면 안될까? 싶은 때에도 자꾸 귀에서 왱왱거린다. 이정도면 사람 하나 정신병자 만들 수준이었다. "안쥰근와 도꼬다?"
5. 일본의 멀티 엔터테이너 릴리 프랭키 (본명 : 나카가와 마사야 中川 雅也)가 이토 히로부미 역할로 출연한다 해서 나름 기대를 하고 봤건만, 거의 독백에 가까운 몇 장면 찍고 만 수준에 불과했다. 마지막 안중근 장군이 총을 쏘는 장면도 릴리 프랭키의 얼굴이 제대로 비춰지지 않고 위에서 바라본 장면으로 연출된다. 제작비 문제였을까? 릴리 프랭키를 섭외하기엔 너무나 많은 돈이 필요해서였을까?
6. 게다가 릴리 프랭키가 연기한 이토 히로부미의 대사들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가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어버린, 우리 한국인들의 입장에서는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인물을 연기해서가 아니었다. 대사 치는걸 가만히 보면 우리나라를 조선이라 했다가, 한국이라 했다가 ... 이는 릴리 프랭키의 실수라기보단 각본의 실수라 볼 수 밖에.
7. 그러므로 정리하자면, 나는 이 영화가 릴리 프랭키가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에 관심을 가졌고, 또 일단 눈과 귀가 호강할 만한 영화를 만드는 우민호 감독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보았지만 .... 이번 <하얼빈>은 좀 아니었다. 아름다운 미장센과 유려한 소리에 신경쓰다가 디테일을 놓쳐 엉성함을 보였고, 무엇보다도 "안쥰근와 도꼬다?"라는 대사가 너무 남용되었다.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지금도 계속 환청까지 들릴 정도이다. 성질 뻗친다. 내가 좋아하는 감독이라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해서 만큼은 호평을 해줄 수가 없었다.
2026. 3. 20.
'환상의 빛 幻の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류이치 사카모토 : 다이어리, Ryuichi Sakamoto : Diaries> (0) | 2026.04.02 |
|---|---|
| 요아킴 트리에, <센티멘탈 밸류 Affeksjonsverdi> (0) | 2026.03.26 |
| 비 오는 날, 그리고 새 학기. <4월 이야기 四月物語> (0) | 2026.03.18 |
| 오오쿠 아키코 大九 明子, <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 라고 아직 말할 수 없는 나는> / 「今日の空が一番好き, とまだ言えない僕は」 (0) | 2025.12.03 |
| 박찬욱, <어쩔수가없다> (2) | 2025.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