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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스파게티 컵. 이 묘한 맛을 무어라 설명해야 할까? 제품명은 '스파게티'라 하지만, 어느 누가 이를 스파게티라 할 수 있을까? 차라리 일본에서 개발된 나폴리탄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면 정상참작 정도는 될 수 있겠다. 오뚜기 역시 이것을 '스파게티'라 이름 짓지 말고, 로만 제노안 오스티안 바리안 베네치안 등 이탈리아에 있는 도시 이름 하나 적당히 갖다 붙여 만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것의 제품명은 '스파게티'지만, 이것은 스파게티가 아니다. 이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음식 스파게티가 아닌, 오뚜기에서 만든 고유명사로서의 '스파게티' 그 자체다. 이 기묘한 맛을 가지고 있는 제품은 우리 곁에서 쉽게 찾아 먹을 수 있다. 기묘한 맛. 맛이 없고, 혐오스럽단 뜻이 아니다. 정말로 기묘해서, 한번 먹고 돌아서면 .. 2024. 11. 27.
미시마 유키오 三島 由紀夫, 유작을 기다리며. 미시마 유키오 三島 由紀夫, 일본이 낳은 천재 문인이자 괴인.여러모로 '문제적 인물'임은 틀림 없지만, 나는 이 사람의 작품을 매우 좋아한다. 최근엔 를 재밌게 읽었는데, 여느 평론가들이 그렇게 읽었듯, 나 역시도 그 작품 속에서 죽음에 대한 그의 태도 변화를 읽기는 하였다.'문학'에 대해 큰 그림, 큰 숲을 보며 천천히 다가가 나무 하나하나에 대해 평가할 능력은 나에겐 없다. 다만 그의 작품엔 히라오카 키미타케(미시마 유키오의 본명)가 있는 그대로 들어있고, 그것을 쓴 사람을 '미시마 유키오'라며 필명으로 포장하고 있을 뿐.최근엔 그가 1970년 도쿄 육상자위대 부대 내에서 스스로 할복하며 자신의 추종자 의해 목이 베여 죽기 직전 남긴 유작 의 완역을 기다리고 있다. 에서는 "죽을거야! 그런데 죽고싶지.. 2024. 11. 26.
미키 사토시,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亀は意外と早く泳ぐ> 스파이, 첩보. 뭐 이런 이야기들이 영화 속에 등장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일단 복잡한 생각을 비우고 봐야 한다는 점을 미리 밝히고자 한다. 해외 출장을 간 남편(목소리 출연만, 오디기리 죠 분)은 주인공(우에노 주리 분)에게 키우고 있는 거북이 밥 잘 주고 있냐는 질문만 하지, 어떻게 잘 지내느냔 질문을 하지 않는다. 학창시절부터의 절친한 친구(아오이 유우 분)는 언제나 빛이 나는 삶을 사는 것 같고, '나'(주인공)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미묘한 감정. '나'에 대한 관심과 사랑보다는 오직 거북이 잘 먹고 있으냐 묻기만 하는 무미건조한 남편. 그래, 이러한 일상의 따분함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하나 찾았다. 존재감 없이 사는 일상에 지친 주인공은 어쩌다 '스파이'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따분한 일상.. 2024. 11. 24.
<류이치 사카모토 : 오퍼스> 1. 위대한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 지난 2023년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마지막 연주 영상이자 영화이다. 영화음악으로서 참여한 것은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이 유작이 되었고, 실제 순전한 본인의 마지막 작품들을 연주한 영상은 이 영화가 마지막으로, 유작으로 남게 되었다.2. 이미 오래전부터 암투병을 해온 사카모토 선생이기에, 본인도 자신의 회고록 격인 를 남기며 본인 생의 마지막을 준비해왔음은 널리 잘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3.  이 영화를 제작한 감독은 네오 소라이다. 사카모토 류이치 선생의 막내 아들이다. 본인의 아버지가 죽음을 눈 앞에 두고도 담담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그 담아내는 카메라의 '시선'(앵글 등)마저도 담담하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2024. 11. 22.
학업學業, 시험, 과제물 등을 모두 마쳤다. 조기종강. 이번에도 올 A+을 기대하고자 한다. 방송통신대 만만하게 보면 안된다. 들어가긴 쉬우나, 나오기 어렵다. 이왕지사 이것 저것 머리와 가슴에 채워 살려 마음먹었다면, 다음은 어떤 것으로 '배움'을 이어갈지를 생각해봐야 하겠다. 일단 지금 하는건 매듭짓고 졸업이란걸 또 하고 나서, 조만간 대학 학부 졸업장만 3개가 넘어가게 되었다.2024/11/21 2024. 11. 21.
'텍스트 힙' 현상에 냉소 짓지 말아요, '텍스트 힙' 열풍을 비웃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더더욱 굳어지고 있다. 얼마전 경향신문에서도 지적한 바 있듯, '텍스트 힙' 현상은 오늘날 만의 현상이 아닌 인류가 문자를 만든, 즉 '유사'이래 언제나 그래온 현상이기 때문이다.옛날엔, '책'을 가졌다는 그 자체가 권력이자 부유함의 상징이었다. 글을 배우고 책을 읽는 그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 문화적 '힘'이었다. 인쇄술의 발달 이전엔 필사를 통해 책을 생산할 수 밖에 없었다. 동서고금 공히 책을 소유하고 즐기는 이들은 극소수의 지식인들, 귀족, 부유층들이었다.음악가 리하르트 바그너는 본인의 음악가로서의 실력도 출중했지만, 집에 '있어보이는' 고서 등을 모으느라 돈을 탕진하기도 했으며, 영화 에서도 (실제 노무현 당시 변호사가 그랬는진 차치하더라도,) .. 2024.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