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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비다케, 그리고 브루크너 세르주 첼리비다케(Sergiu Celibidache), 루마니아 출신의 명지휘자다.이 사람의 지휘자로서의 실력은 나중에 논해보더라도 이 사람의 연주엔 특이한 면이 한 가지 있다. 같은 작품이라도 첼리비다케가 지휘한 작품은 10분~20분 정도 러닝타임이 더 길다. 그의 연주시간이 긴 이유는 그가 같은 작품을 다른 지휘자들과 달리 느리게 연주하기를 지시하기 때문이다. 첼리비다케가 선불교 신도이기에 참선하는 기분으로 지휘를 구상한다는 소리도 있고, 실제 그가 "느려야 진정한 음악의 미가 나온다."는 어록을 남긴 바 있는데 모든 '설'(說)들은 제쳐두고서 그의 연주 그 자체만 보았을땐 가파르고 높은 산을 힘겹게 올라갔다가 끝내 정상에 오를때 환희를 함뿍 느껴주게 하듯, 뭔가 힘겨운듯 질질, 느릿느릿 끌다가 클라.. 2016. 6. 12.
하늘에 올리는 마지막 기도, <브루크너 교향곡 9번> 레너드 번스타인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브루크너 9번 교향곡, 번스타인의 외모를 보아하니 말년에 녹화한 연주 영상인것 같다. 대기만성형 음악가를 꼽으라면 단연 브루크너다. 브루크너의 초년에서 중년까지는 오르가니스트와 음악 이론가, 음악교사로서는 명성을 날렸으나 작곡가로서는 별다른 찬사를 누리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장년, 말년에 들어 주목받기 시작하고 또 세월이 지나 그의 작품이 재평가된 이후로는 명실상부 위대한 작곡가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말러가 자신의 작품에 자기 자신의 '파토스'를 가감없이 뿌려댔다면 그는 '신앙심'을 그의 작품 속에 녹여낸 사람이었다.오스트리아 황제에게 헌정한 8번 교향곡을 마친 이후 곧바로 9번 교향곡 작곡을 시작한다. 그러나 가난에 찌들었던 시절이 너.. 2016. 2. 6.
"1번 교향곡 이야기" - 요하네스 브람스 작곡가 아무개의 몇 번 교향곡이라 하면 당연히 작곡한 순서대로 번호를 붙이게 된다. 하이든은 100개가 넘는 교향곡을 남겼고, 모차르트는 41개의 교향곡을 남겼으며, 베토벤은 9개, 브루크너는 습작 교향곡 까지 합쳐 총 11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교향곡들 중 베토벤 교향곡 9번, 말러의 2번 등 유명한 작품들이 무대에 올라오는 것도 평상시 흔치 않은 판에 특별히 '덕후'수준의 덕력을 장착하지 않는 이상 각 작곡가별로 1번 교향곡을 들어볼 기회는 흔치 않다. 음반으로는 특정 작곡가의 작품을 두고 '작정을 하고' 모조리 녹음하는 기염을 토한 것 아닌 이상은 음반으로도 만나기 힘든게 어지간한 '1번 교향곡'의 현 주소이다.그러므로 다소 거칠게 말하자면 대부분의 1번 교향곡은 실제 연주로도 듣기 힘든 작품이고,.. 2015. 11. 10.
요절한 천재, 귀도 칸텔리 Guido Cantelli 시인 기형도는 나이 서른에 저승으로 갔다. 윤동주는 서른해도 넘기지 못하고 이승을 떠났다. 불세출의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 역시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존 레논은 딱 40세의 나이로 마크 채프먼의 총으로 고인이 되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주변을 놀라게 만든 사람들이었다. 역사속의 천재들."천재는 요절한다."과학적으로 증명된 법칙이 아니다. 어느 권위있는 학자의 어록도 아니다. 성서나 꾸란, 유교의 경전에 있는 말도 아니다. 그냥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제 명을 다 하지 못하고 이승을 떠나는 것을 두고 만들어진 문장일 뿐이다.클래식 음악 관련 인물들 중에서도 요절한 사람은 많다. 슈베르트는 31세의 나이로 이승을 떠났다. 모차르트 역시 40세를 넘기지 못하고 저승으로 떠나고 말았다. .. 2015. 6. 20.
Mendelssohn Violin Concerto in E minor, Op.64 지긋지긋한 기말고사도 거의 끝이 보이는 마당에 아무 생각없이 정경화의 바이올린 협주곡 CD를 집어들었다. 애호가들 사이에선 세계 3대 바이올린 협주곡을 꼽으라면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 또는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이야기 한다. 세계 5대 바이올린 협주곡을 꼽으라 하면 여기에 브루흐까지 추가를 한다 카더라.어차피 음악이란건 듣고 즐기고 기분이 편해지는게 본질 아니던가. 물론 클래식 음악은 '알고 들을 수록' 즐거움이 배가 되기는 한다만, 음악은 어디에서 지식을 자랑하고자, 나 이만큼 안다, 나 이만큼 품격있다 자랑려는 하는 수단이 아니다. 음악이란 소리의 진동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본질은 그것이다. 클래식 음악에 따르는 지식은 그 소리의 진동을 조금 더 깊이 느끼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 2015. 6. 19.
Mahler Symphony No.1 -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자신의 생각을 작품에 녹여내지 않는 예술가가 있을까? 예술가 자신의 생각을 넘어 감정을 작품에 녹여내고, 그 안에 자기 자신을 투사하는 예술가는 그렇다면 누구일까? 미술, 음악, 문학을 통틀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찾는게 외려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 말러는 유독 자신의 파토스pathos를 작품속에 수도 없이 투사한 작곡가이다. 특히 교향곡 1번은 그가 당대의 위대한 지휘자를 넘어 위대한 작곡가로 입신하고자 하는 소망을 가장 강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그럴만도 한것이 교향곡으로서는 그의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본래 5악장으로 구성하고자 했으나 전형적인 교향곡의 4악장 형태로 최종 완성되었다. 겉보기엔 고전적인 4악장 형식으로 구성되었을진 몰라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당시엔 '파격' 그 이상이었다. .. 2015.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