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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목소리 星の声

Mahler Symphony No.1 -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by Fred.Park 2015. 6. 7.

자신의 생각을 작품에 녹여내지 않는 예술가가 있을까? 예술가 자신의 생각을 넘어 감정을 작품에 녹여내고, 그 안에 자기 자신을 투사하는 예술가는 그렇다면 누구일까? 미술, 음악, 문학을 통틀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찾는게 외려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 

말러는 유독 자신의 파토스pathos를 작품속에 수도 없이 투사한 작곡가이다. 특히 교향곡 1번은 그가 당대의 위대한 지휘자를 넘어 위대한 작곡가로 입신하고자 하는 소망을 가장 강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그럴만도 한것이 교향곡으로서는 그의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본래 5악장으로 구성하고자 했으나 전형적인 교향곡의 4악장 형태로 최종 완성되었다. 겉보기엔 고전적인 4악장 형식으로 구성되었을진 몰라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당시엔 '파격' 그 이상이었다. 교향곡 1번 초연 이후 청중들의 반응은 중간 없이 극과 극으로 갈렸기 때문이다.

시끄럽다, 뭐가 이리 시끄럽나. 그리고 목관악기들은 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연주하며 호른 주자들은 왜 일어나서 벨bell을 높이 치켜들고 큰 소리로 연주하느냐? 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3악장에서 4악장은 중간 휴식없이 바로 이어지는데 3악장이 조용하게 마무리 되자마자 4악장의 시끄러운 시작에서 아마도 깜짝 놀란 사람 여럿 있었을 것이다. (사실 오늘날 말러 1번의 연주회에서도 4악장 도입부에서 깜짝 놀라는 사람 여럿 있다고들 한다.)

말러의 교향곡 10개의 작품 중 살아생전 인정받은 작품은 몇 되지 않는다. 게다가 10번 교향곡은 공식적으론 1악장만 완성되어 유작으로 남아있고, 9번 교향곡은 말러의 살아생전 초연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언젠간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고 말했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교향곡 1번의 부제는 "거인"(Titan)이다. 이는 말러 자신을 음악 속의 주인공으로 투영했음을 의미한다. 그는 살아생전 동시대의 위대한 마에스트로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와 쌍벽을 이룰 정도의 지휘자였다. 말러는 특히 오페라 지휘에 능숙했는데,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를 성공적으로 연주하여 지휘자로 크게 입신하게 된다. 오늘날엔 위대한 작곡가로서도 유명하다. 그런데 그는 왜 오페라를 작곡하여 오늘까지 남기지 않았을까?

앞서 말한 바와 같다. 그는 교향곡 속에 확실한 이야기와 자신의 목소리를 담았다. 교향곡 1번 "거인"에는 바로 자기 자신을 담아냈다. 유기적인 이야기가 있기에 굳이 오페라를 작곡할 필요가 없었던 것 아닐까. 그 주인공은 말러 자기 자신이다. 누군가 나더러 말러 교향곡 1번에 대한 감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라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나(말러 본인)는 거인처럼 조용히 봄바람을 맞으며 깨어나(1악장) 즐거운 춤을 추고,(2악장) 잠시 죽어있을진 몰라도(3악장) 다시 깨어나 승리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4악장)"

그리고 그것은 먼 훗날 현실이 되어 말러는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게 되었다.


여담으로 내가 만약 지휘자로서 꼭 연주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말러 교향곡 2번, 베토벤 교향곡 9번, 베토벤 교향곡 7번, 멘델스존 교향곡 4번과 더불어 말러 교향곡 1번을 꼽고 싶다. 특히 2악장.



G20 정상회의 기념음악회에서 연주된 말러 교향곡 1번. 정명훈 마에스트로의 지휘로 연주되었다. 원래 1악장 첫 주제는 원래 악보를 보아도 도돌이표로 반복되어 두번 연주해야 하는데 바로 두번째 주제로 넘어간다. 2011년에 출시된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1번 음반에서는 악보에 충실하게 연주하는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냥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첫째로는 연주 장소가 세종문화회관인것을 보아 음향 시설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것 아닐까 싶기도 하고 (실제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은 음향의 차이가...) 외부 행사에 자신의 음악이 이용되는데 대한 불편함을 표하는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보통 말러 교향곡 1번 2악장의 연주 시간은 너무 빠르게 연주하지만 않는다면 최소 8분 정도는 되는걸 감안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