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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목소리 星の声

Tchaikovsky Symphony No. 6 <Pathetique, 비창>

by Fred.Park 2018. 10. 10.



- 최근 조선일보에 음악에 대해 뭣도 모르는 기자가 VIP석 티켓 선물받고 맨 앞자리서 졸다가 마감 시간에 쫓겨 쓴 듯한 이상한 글 하나가 올라온 적이 있었다. 음악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연주자들이 나와서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준비가 덜되어서 그렇다느니, 실력이 안되어서 그렇다는 식으로 비아냥거리는 쓴 글을 보고 실소할 수 밖에. 기자양반은 클래식 음악 공연에 난생 처음 가본거 아닐까 싶었다. 오히려 철저하게 준비하려는 단원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줘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 2016년 1월 9일,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지휘하기로 했던 정명훈 마에스트로가 전격 사퇴하면서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대신 지휘를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정명훈 선생님을 따라 서울시향에 왔던 팀파니 주자 아드리앵 페뤼숑이나 트럼펫 주자인 알렉상드르 바티, 그리고 악장인 스베틀린 루세브 같은 외국인 연주자들이 이탈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리고 실제 그들중 일부의 모습을 서울시향의 무대에서 더이상 만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팀파니 주자에 대한 첫인상을 떠올려본다. 그때가 바로 2016년 1월 9일, 세종문화회관에서의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연주를 할 때였다. 늘상 그 자리에 있던 팀파니 주자 아드리앵 페뤼숑이 보이지 않고, 한 금발의 남성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 밖에도 몇몇 연주자들이 음악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무대에 올라와 악기를 점검하거나 본인이 더 신경써야 할 부분에 대해 연습하는 모습을 보았다. 특히 브루크너 교향곡 9번 2악장 스케르쪼의 팀파니엔 많은 신경을 써야 그 긴박감, 혹은 '비웃음'으로 불리는 부분을 잘 연주할 수 있는 법이다. 내가 본 그 금발의 남자가 바로 장 클로드 장장브르였다. 그는 본격적인 연주를 준비하는 때 부터 청중을 압도했다. 여기서도 그의 팀파니 소리를 좀 더 주목해서 들어주십사 하는 마음에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전체적인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너무 부분적인 이야기를 했던듯 싶다. 확실히 가을을 타긴 탄다고 스스로도 느끼고 있다. 일부러 이런 우울한 곡만 찾아 듣는 일이 잦아졌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의 제목도 비창(悲愴, Pathetique)이고, 이 교향곡의 제목 역시 '비창'이다. 잘 알려졌듯이 이는 차이콥스키의 마지막 작품이며, 이 작품을 스스로 지휘한 뒤 9일이 지나 사망한다. 역시 잘 알려졌듯이 차이콥스키는 게이였다. 당시 동성애는 죽음을 각오해야할 중죄로 여겨졌다. 그러나 국보급 음악가인 차이콥스키를 함부로 사형에 처할 순 없었으니 교회에선(러시아 정교회) 명예롭게 자살할것을 종용했단 설도 있고, 다른 이에게 독살당했다는 설도 있다.


- 누가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건간에 그의 마지막 작품이 침울하다 평온했다가 잠시 들떴다가 이내 죽음에 이르는 이 슬픈 작품으로 남았다는 사실이 변하진 않는다. 마지막 4악장 코다부터 저음 현악기의 소리를 가만 귀기울여 들어보면 죽어가는 사람의 심장 박동을 생각나게 한다. 일부러 없던 슬픔을 불러들이고 눈물을 만들어서라도 내려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그저 이 음악을 찾고싶어졌다. 그저 딱 그정도다.


- 바순의 침울함으로 시작하여, 고조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금관과 함께 울음을 터뜨린다. 1악장은 정말 감정 상태 불안한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는 느낌이다. 2악장에서 편안해지고 3악장에서 잠시 들뜨지만, 끝내는 죽음에 이른다. 앞서 말했듯 4악장 코다 이후의 저음 현악기 소리는 죽어가는 이의 심장 박동을 생각나게 한다.


2018.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