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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목소리 星の声

오자와 세이지가 지휘하는 브람스 교향곡 1번

by Fred.Park 2018. 10. 1.


오자와 세이지의 음악을 잘 들어보지 못했다. 무슨 편견이 있어서거나 그의 지휘가 싫어서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입맛만큼 보수적인게 내 귀라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듣던 작품만 듣고, 보던 지휘자만 계속 찾아듣게 된다.


심지어 이 브람스 교향곡 1번의 경우는 더욱 심하게 보수적인 태도로 접근했던 작품이었다. 듣던 음반만 들었고, 낯설게 연주하는 영상, 음반은 듣지 않았다. 고클(고클래식)에서 명반으로 칭송받는 샤를 뮌슈와 파리 오케스트라의 녹음반과 내가 가지고 있는 브람스 교향곡 전집 또는 1번 음반 이외에는 애초부터 듣고 싶지 않았다. 수많은 영미권, 유럽권 지휘자들의 음반을 폭넓게 들어보려 노력했지만 브람스 1번 교향곡이 완성되기 까지 20여년의 세월을 담아내는덴 부족하다는 판단을 감히 내려버렸기에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또 내가 무슨 주제로 그랬을까 싶기도 하지만, 입맛만큼 내 귀가 보수적인걸 뭘 더 어찌할 수 없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교향곡 1번은 브람스가 작곡가로 입신하기를 다짐하고 20대 청년기에 처음 작곡을 시작했으나, 결국 그 완성은 40대 중년 아저씨가 되고 나서야 맺은 작품이다. 물론 수많은 작품을 남긴 브람스였기에 이 작품에만 20년 이상 매달려 있지만은 않았겠지만, 그만큼 본인도 성에 차지 않았기에 오랜 세월을 질질 끌어온 뒤 마무리 매듭을 지어낸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 교향곡의 첫 인상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첫 악장에서 6/8박자로 긴박하게 연주되는 부분, 현악기-관악기 사이에 묘한 엇갈림으로 긴장감은 고조되고 뒤에서 심장 박동처럼 팀파니 소리가 들려온다. 가장 주목하는 부분이 바로 이 팀파니 소리다. 얼마나 20대 청년 브람스의 심장 박동과 닮았느냐를 혼자 생각해보게 된다.


그 다음으론 당연히 4악장 Piú Andante의 목가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부분, 그리고 Allegro non troppo ma con brio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아마도 이 작품에서 듣는 이의 마음을 가장 편하게, 혹은 가장 기쁘게 만들어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은데, 이 부분의 연주 두가지만 돌려 들어보고 그 음반을 계속 들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다소 오만한(?)태도를 보여왔던게 바로 나였다.


한가한 주말 오후다. 최근들어 평일엔 쉽게 잠들지 못하고 매일 새벽 3~4시에 취침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다 주말에 몰아서 자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꽤나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 잠시 주변과의 연락을 단절하고 나만의 시간을 잘 보냈던듯 싶다. 바로 이 영상을 TV로 틀어두고 그동안 바쁘단 핑계로 읽지 못했던 책과 글을 읽고 누워서 천장만 보며 별다른 생각 않고 긴장 잘 풀어낸 하루였지 싶다. 그런데도 아직 15시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다. 이번 주말은 피로했던 몸과 마음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낭비'해주리라. 그리고 내가 그동안 찾아 들어보지 못했던 지휘자가, 내가 그동안 익숙하게 들었던 작품을 지휘하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의 모험정신(?)이 생긴것도 휴식을 통해 생긴 마음의 여유 때문이었다. 다행이 연주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오자와 세이지의 다른 연주에 대해서도 이렇게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다. 역시 모든것은 마음의 여유에서 시작되는 법. 익숙함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움을 찾는 태도도,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웃어볼 수 있는 것도.


2018.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