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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목소리 星の声

Beethoven Piano Trio No.7 "Archduke"

by Fred.Park 2018. 3. 25.


Ludwig van Beethoven


그냥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겠으나,

베토벤의 피아노 트리오 작품들 중 가장 잘 알려진 것들이 무어냐 묻는다면 나는 5번 "유령 Ghost"과 5번 "대공 Archduke"을 꼽을 것이다.

베토벤이 고전파 음악가라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베토벤의 작품 몇가지를 찾아 듣다보면 기본적으로 웅장함(특히 교향곡) 또는, 엄격-근엄-진지 즉 '엄근진'을 깔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 바로 이 피아노 트리오 7번 '대공'은 그런 모습보다는 베토벤의 음악이 이렇게 겸손(?)했던가? 하는 반응을 자아내게 만든다.

특정 악기'만'을 튀게 하지 않는다. 세 악기 소리가 거의 고르게 들린다. 그래서 나에게 그런 반응을 이끌어냈는지도 모른다. 참, 겸손한(?) 작품이구나. 하고. 이 작품이 왜 겸손한(?)건지 천천히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하다보니 역사적 사실이 가미된 상상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이를 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이 곡은 베토벤의 후원자들 중 하나인 오스트리아 추기경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된 작품이다. 대공(大公, Archduke)은 황제의 황태자 또는 형제 혹은 작은 공국의 군주를 이르는 말이다. 사실 루돌프 대공은 베토벤의 '제자'이기도 했는데, 베토벤은 루돌프 대공뿐 아니라 귀족에게도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했다. 하다못해 자신의 '제자'인 루돌프 대공에게는 어땠겠는가. 게다가 루돌프 대공은 베토벤보다 18살이나 어렸다.


Archduke Rudolf of Austria


그러나 루돌프 대공은 그런 베토벤을 이해했고, 자신의 음악 선생님으로서 진심으로 좋아하고 따랐다고 전해진다. 베토벤에게는 수많은 후원자들이 있었긴 했지만 베토벤이 죽을때까지 의리를 지킨 사람은 루돌프 대공이 유일하다고.

베토벤이 괴팍한 사람이었긴 하지만 이런 진심을 몰랐을 리 없었다. 그는 후원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 또는 우정이나 존경심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왜냐고? 그는 음악가니까.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행동으로 진심을 표현하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해서 태어난 작품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작품 "대공 Archduke"이다. 겉으로는 귀족이건 황족이건 예의를 차리지 않고 그러한 예의범절을 답답하게 여겼던 베토벤이었지만 루돌프 대공에겐 음악으로서 깍듯한 예의를 보여주는것 아닐까. 참으로 '베토벤 답다'라고 할만 한 작품이다.

작품이 쓰여진 직후 베토벤이 직접 피아노 연주를 맡아 하기도 했으나, 애석하게도 이 작품을 연주함으로서 자신의 청각장애가 대중들에게 알려져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베토벤이 스스로의 작품을 스스로 연주한 마지막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당시 한 바이올리니스트는 "그 불쌍한 귀머거리 남자가 건반을 세게 내려쳐서 깨지는 소리가 나기도 했고, 어디서는 건반을 너무 얌전히 다루어 연주를 망치기도 했다." 이는 1814년 4월 11일의 일이었다. 그 이후 피아니스트로서의 베토벤을 무대에서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오늘날에까지 남아 루돌프 대공에 대한 베토벤의 마음을 우리들로 하여금 느끼고 알 수 있게 해준다.


2018.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