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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목소리 星の声

Gustav Mahler - Symphony No.2 in C minor, "Auferstehung" (부활)

by Fred.Park 2014. 9. 25.

마에스트로 마리스 얀손스(Maris Jansons)와 로열콘서트허바우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부활"



話頭 다음 모임 준비차 작품 해설을 직접 쓰고 있다. 속 마음이 꽤나 복잡하다. <話頭>는 기본적으로 우석대 한의대 내의 독서 모임이지만, 음악, 다큐멘터리 등등 우리 일상속에 좋은 '화두'를 던져줄 수 있는 어떤것이든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모임이기에 나는 이번 모임에서 회원들과 함께 나눌 작품으로 음악을 선정했고,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을 선정했다.

평소 내가 좋아라 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담긴 메시지가 너무나도 의미심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리카르도 샤이와 로얄 콘서트허바우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버전을 들으며 해설집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 글도 쓰고 있다.

1악장은 '장송행진곡', 즉 장례식 음악이다. 셋잇단 음표로 이어졌다가 툭 치고, 또 다시 셋잇단 음표가 나왔다가 툭 치는 부분은 내가 무던히도 소중히 여겼던 사람의 시신이 담긴 관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마지막 모든 선율이 하강하고 조용한 현악기의 피치카토로 끝나는 부분은 '하관'(下棺)이 끝나고 무덤을 흙으로 덮었음을 의미한다. 이제 내가 알던 그 사람은,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모든 가치들은 이미 다른 세상에 묻기로 하였다. 그래.

2악장엔 Andante moderato라 쓰여있다. 격하다못해 너무나도 슬프기 짝이없는 1악장 말미의 '죽음'과는 달리 너무나도 평화롭다. 사모하는 자, 혹은 내가 추앙했던 영웅의 살아생전을 추억하기 시작했으니까. 그러나 이내 그것은 또 다시 절망으로 변한다.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3악장에선 '스케르쪼'(해학곡)로 나타나 바순이 저음톤으로 '나'를 비웃기 시작한다. 또 바순을 위시로 모든 목관악기들이 나를 비웃고 모욕주기 시작한다. "것봐 넌 안돼 이자식아. 네가 해서 되는게 무엇이 있겠느냐."하고.

그러나 4악장 '원광'(Urlicht)에서 조금씩 희망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천사여 나를 막지 마오, 나는 신에게서 나왔으니 신께로 돌아갈 것이오. 영원한 생명을 얻기까지 나를 비추어줄 것이오. - 바로 그것이 원광(Urlicht, 태초의 빛)이다.

5악장에선 절망을 참지 못해 울음을 터뜨리고 최후의 심판이 시작된다. 귀천도 없으며 상도 벌도 없다. 허망한것과 그렇지 않은것의 구분도 없으며 왕과 거지도 없다. 귀족도 천민도 없다. 다만 하늘이 열리며 목소리가 들린다. '일어나, 너 일어나라.' - 그리고 이승에서 받았던 모든 고통이 신께로 너를 이끌어주신다는 하늘의 목소리로 이 곡은 끝을 맺는다. 죽었던 자는 다시 부활하게 된다.

이러한 감상을 쓰면서 현학적인 모습을 드러내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지금 나와 내 주변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여기서 던져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나는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인지 아닌지 나 조차도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잘못은 누가 하고 거기에 대한 희생을 학생들에게 지우는 것에서 부터 우리는 사지가 조금씩 잘려나가 죽음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드니 말이다.

과연... 나와 우리 모두. '부활'할 수 있을까?

이 곡을 악단과 지휘자별로 여러번 질리도록 들어봤다지만 오늘만큼 무거운 마음으로 말러의 교향곡 2번을 듣고 거기에 대한 해설을 글로 남긴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 작품에 대한 더 상세한 나의 해설(!)은 조만간 다시 업로드를 해야 하겠다. 지금은 마음이 너무나도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