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stav Mahler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 7. 7. - 1911. 5. 18.)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다. 그의 작품은 서양 고전음악 역사상 후기 낭만주의로 분류되고 있으며, 후기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는 살아생전에 작곡가로서는 오늘날 듣고있는 찬사 만큼 입신하지는 못했으나 지휘자로서는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던 음악가였다.
말러는 1860년 보헤미아 칼리슈트에서 유태인 집안의 자녀로 출생하였다. 이후 독일인 거주지역인 이글라우로 이주하여 유년시절을 보낸다. 어린 시절 군가나 민요를 외우고 다닐 정도로 엄청난 음악성을 보여주었고, 6살부터 본격적인 학업과 음악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다만 그의 형제들은 어린시절 사망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는 그가 성인이 되어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할때 ‘죽음’, ‘부활’, ‘악몽’, ‘비극’을 주제로 작곡을 한 계기가 되었다고 보는것이 오늘날 많은 말러 음악 연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바이다.
젊은시절 빈 음악원에서 피아노, 작곡법을 수학했고, 빈 대학에 입학해서는 사학, 철학을 전공하였다. 당시 유명했던 오페라 작곡가인 리하르트 바그너의 영향을 받았고, 말러와 더불어 역시 유명한 교향곡 작곡가인 안톤 브루크너에게 작곡법 수업을 듣기도 하였다. 그 때문에 바그너와 브루크너는 말러의 작품 세계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선배 작곡가로 인식된다.
1887년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를 성공적으로 지휘하여 호평을 받고, 지휘자로서 입신하게 된다. 그러나 말러는 다른 사람의 작품을 해석하고 연주하는 지휘자가 아니라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싶어했고 작곡가로서 크게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을 품었다.
1902년, 말러는 19살 연하의 묘령의 여인 알마 쉰들러와 결혼한다. 말러는 두 딸을 얻었으나, 장녀 마리아 안나 말러를 성홍열로 잃고 만다. 그는 여기서 느낀 슬픔을 가곡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에 그대로 담았다. 게다가 말러 역시 선천적으로 심장이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게 되고, 걸음걸이 수와 호흡까지 계산하고 살 정도로 건강관리에 지나친 집착을 보이게 되었다. 본래 말러는 작곡을 하는데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등산, 수영, 오랫동안 산책하기와 같은 무리한 운동으로 몸을 혹사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것은 모두 그의 타협할줄 모르는 완벽주의적인 성격 때문이라 보는 의견이 현재의 말러 연구자들에게는 지배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말러의 고집스러운 성격과 지나치게 작곡활동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다 못한 나머지 알마는 당시 유명한 건축가인 발터 그로피우스와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말러는 이를 알면서도 역사상 가장 웅장하고 위대한 교향곡 중 하나인 교향곡 8번 “천인의 교향곡”을 아내에게 바치겠다고 공언하며 성공적으로 연주를 마친다. 그리고 알마의 마음은 자신에게로 돌아올 것이라 굳게 믿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마의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고, 1911년 급기야 말러는 미국 뉴욕에서 연쇄상구균 감염으로 인해 건강이 상당히 악화된 상태임에도 무리하게 공연을 강행한 후 프랑스로 돌아가 치료를 받았지만 병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결국 1911년 50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으며 먼저 사망한 자신의 장녀 옆에 묻히게 된다.
말러는 살아생전, 그리고 사망 직후에는 그저 뛰어난 지휘자로만 인식되었다. 그의 작품 중 살아생전에 호평을 받았던 작품은 교향곡 2번 “부활”과 8번 “천인의 교향곡”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그가 살아생전 직접 지휘했기에 그랬을 뿐, 말러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지휘자는 그 이후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와 막역한 사이였던 브루노 발터, 오토 클렘페러와 같은 지휘자 정도 뿐이었다. 그러나 말러는 “언젠가는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는 어록을 남긴 바가 있었는데,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이 되었다. 바로 미국 출신의 불세출의 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은 1960년대 말러의 작품을 무대에 적극적으로 올리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인 말러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급기야 말러의 음악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말러리안’(Mahlerian)이라는 신조어까지 당당히 영어사전의 한 구석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에스트로 임헌정, 정명훈, 구자범이 말러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국내 무대에 올려 한국에도 말러 신드롬을 일으킨 지휘자들로 명성이 자자하다.
앞서 언급했듯 그의 작품은 얼핏 듣기엔 ‘어둡다’, ‘음울하다’는 평가를 받을만한 곡이 대부분이다. 가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는 자신의 실연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며,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역시 자신의 장녀가 죽은 이후 느꼈던 감정을 녹여낸 작품이다. 교향곡 6번의 부제는 대놓고 “비극적”이라 불렸으며, 교향곡 5번과 2번 1악장의 부제는 ‘장송행진곡’이었다. 그의 음악의 절대 다수를 지배하는 키워드는 ‘죽음’이라 보아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었다. “교향곡은 세계와 같다. 온 세상을 하나의 작품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실제 그는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과는 달리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스토리를 작품에 담아내는데 큰 성공을 거두었고, 후기 낭만파 음악사조에서 현대음악 시대로 이어지는 하나의 교두보가 되었다.
그의 작품을 아무 생각 없이 듣는다면 “여기서 왜 이러지?”라는 반응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왜 황홀한 명상적 악구를 경렬한 정서적 분출, 사소한 한 줄기 선율, 아니면 누군가 나를 모욕주고 조롱하듯이 과격한 음향으로 귀를 괴롭히는 것인지 원. 말러는 왜 충분한 계획은 세우고 떠난 여행에서 갑자기 여기로 갔다가 저리고 갔다가 틀어버리는 느낌을 주는 것인가. - 이런 질문에 마주치게 되는 순간 우리는 말러의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말러는 무언가 자신의 작품에서 특별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절박하게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세상에 던지는 자신만의 철학적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그게 무엇인지는 작곡가 본인 이외엔 완벽하게 알 수는 없지만, 다만 감상자가 말러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기 바란다는 느낌은 분명할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 우리는 그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하겠다. 바로 지금이다.
교향곡 제 2번, C단조 “부활” (Auferstehung)
1888년 9월, 말러는 대규모의 단악장 관현악곡을 완성한다. 악보의 첫 페이지에는 ‘교향곡 C단조’라는 제목이 보이지만, 제목 위에는 줄이 그어져 있었다. 말러는 여기에 <장송행진곡>이라는 제목을 새로 적어넣었다. 교향곡 제 1번 “거인”(Titan)과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에서 나오는 장례식 음악을 연상시키는 제목이다. 그러나 그 곡들에서는 장송행진곡은 큰 그림의 작은 구성요소 한두개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이 작품에서는 음조를 C단조로 설정하였으며,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단어를 ‘죽음’으로 설정하였다. 1891년엔 이 곡 뒤에 다른 악장을 붙이지 않기를 암시했으며, 이 작품을 악보 출판업자에게 ‘(단악장) 교향시’로 만들어달라고 넘겼다. 그러나 결국 출판은 거절당했으며 이후 이 작품 뒤에 다른 악장을 붙여서 더욱 거대하고 웅장한 곡을 만들고자 다짐하였다.
결국 그는 ‘교향곡’(Symphony)라 하면 떠오를 4악장 형식을 과감하게 탈피하였으며, 여러가지 면에서 고전적인 형식과 틀을 깬 작품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그리고 말러는 이 작품을 직접 무대에 올리고 지휘하며 작곡가로서의 야망과 자신감을 한층 드높이는데 성공한다. 5악장 “부활”(Auferstehung)의 장대한 피날레는 합창과 오르간의 등장에다 4대에서 6대로 늘어난 트럼펫 주자들과, 6대에서 10대로 늘어난 호른 소리에 힘을 입어 거대한 오케스트라로 청중들과 평론가를 압도하였다. 이는 실로 독일 교향곡 연주 분야의 신기록이었다. 하지만 그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내는 소리의 덩치가 얼마나 큰지는 말러에겐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말러는 단순히 압도적인 규모로 웅장한 소리로 청중과 평론가들, 그리고 경쟁자들을 짓누르는것에는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의 작품에 자신만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담아내고자 노력했다는 것 만큼은 오늘날에도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2번 교향곡을 직접 초연하면서 길고 소상한 프로그램 노트(작품 해설)가 제공되었다. 말하자면 감상자가 말러 자신의 복잡한 음악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목소리를 더 잘 들어줄 수 있도록 ‘글로 쓴 음악지도’를 제공해준 셈이다. 그러나 처음엔 말러는 이 프로그램 노트에 대해서 상당히 불쾌해했다고 한다. 막스 마르샬크라는 말러의 열성팬이 그를 찾아가 교향곡 제 2번을 이해하는 열쇠가 무엇인지 물었을때 말러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전해진다.
“자네 같은 감상자들에게 이 곡의 정서적 흐름까지 하나하나 짚어줘야 할 바엔 차라리 내 작품이 그저 쓰레기라 여기겠네. 이 작품을 통해 한 사건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는건 내 관심사가 전혀 아니었어. 내 관심은 차라리 감정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야. 이 작품의 개념적 토대에 대해서는 마지막 합창의 가사가 뚜렷하게 밝히고 있고, 4악장은 그 앞의 악장들에 밝은 빛을 비추고 있는게지.”
또한 말러는 교향곡 2번이 출판된 이후 자신의 또 다른 열성팬인 아르튀르 자이틀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내 음악은 감정과 생각에 대한 최후의 설명으로서 프로그램 노트를 내놓게 된다는 자네 말은 핵심을 찔렀어. 대편성 작품을 구상할때 나는 어김없이 내 음악적 아이디어의 매개체로서 언어를 동원할 수 밖에 없더라고.”
그리고 결국 말러는 스스로 다음과 같은 해설을 남겼다. 굳이 작곡가가 직접 남긴 해설의 도움이 없다 하더라도 교향곡 2번 “부활”은 충분히 훌륭한 작품이지만 말이다.
- 제 1악장 : 장송행진곡, Allegro maestoso (빠르고 웅장하게)
우리는 매우 사랑했던 사람의 무덤 앞에 서 있다. 우리는 그의 이승에서의 삶과 분투, 고통, 포부에 대해 묵상한다. 이윽고 눈앞에 드리워진 덮개와도 같은 나날의 혼돈과 마음 고생을 걷어내는 이 엄숙하고 감동적인 순간에 두려움을 불러 일으킬 만큼 장엄한 목소리가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일상의 망상에 가려 늘상 지나치던 그 목소리는 ‘나’에게 묻는다. ‘죽음 다음엔 무엇이? 삶은 무엇인고 죽음은 무엇인가?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있는가? 이 모두가 헛된 꿈인가 아니면 우리의 삶과 죽음은 의미 있는 것인가?’ 계속 살아가야겠거든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해야만 한다.
- 제 2악장 : Andante moderato (적당히 느린 템포로 연주)
떠나간 소중한 사람의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추억한다. 그의 젊음과 잃어버린 순수함에 대한 슬픈 회고를 한다.
- 제 3악장 : Scherzo (스케르초 : 해학곡 - 누군가를 비웃듯이)
의심과 부정하는 마음이 그를 사로잡는다. 그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길을 잃고 어린이의 직관력과 사랑만이 줄 수 있는 통찰력을 잃어버린다. 그는 자기 자신도 신도 모두 버린다. 세상도 삶도 거짓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존재와 진화의 모든 양상에 대한 염증이 그를 거세게 사로잡고 고문한다. 그는 마침내 절망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 제 4악장 : “Urlicht” (원광, 原光, 태초의 빛)
소박한 믿음을 담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그의 귓전에 울리기 시작한다. ‘나는 신에게서 왔고 신에게로 돌아가리라. 신은 나에게 빛을 내리시어 영원히 축복 받은 삶으로 안내하실 것이다.’
(다음은 4악장 ‘원광’의 가사 원문과 해석이다.)
O Röschen roth!
Der Mensch liegt in größter Noth!
Der Mensch liegt in größter Pein!
Je lieber möcht ich im Himmel sein.
Da kam ich auf einen breiten Weg:
Da kam ein Engelein und wollt’ mich abweisen.
Ach nein! Ich ließ mich nicht abweisen!
Ich bin von Gott und will wieder zu Gott!
Der liebe Gott wird mir ein Lichtchen geben,
Wird leuchten mir bis in das ewig selig Leben!
오 붉은 장미여
인간은 크나큰 고난 속에 있고
큰 고뇌 속에 있다.
나는 오히려 천국에 있고 싶다.
나는 넓은 길을 만났다.
한 천사가 와서 나를 데려가려고 찾는데
아! 난 천국에 그냥 천국에 머물고 싶다
나는 신에게로 와서 신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사랑하는 신은 나에게 빛을 주실것이다.
영원한 행복과 생명을 얻기 까지 비춰줄 것이다.
- 제 5악장 : 최후의 심판, 그리고 부활
‘절망의 외침’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다시 한번 공포스러운 질문과 마주치고 분위기는 제 3악장의 끝과 똑같다. 누군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 종말이 닥쳐 최후의 심판이 준비되고 가장 중대한 날의 공포가 우리를 엄습했다. 땅이 진동하고 무덤이 활짝 열리며 죽은 자는 일어나 끝없는 행렬을 따라 앞으로 전진한다. 이 땅의 가장 높은 자와 낮은 자, 왕과 거지, 정의와 불의가 다 함께 밀려 나아간다. ‘전율하며 기다리는 사람들의 끝없는 행렬’이다. 자비와 용서를 구하는 두려움에 찬 외침이 귓전에 들린다. 울부짖음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격렬해진다. 영원한 성령께서 다가올수록 모든 감각과 의식을 잃어간다. ‘최후의 나팔’이 울린다. 요한묵시록의 나팔 소리는 ‘모든 육신과 영혼’을 향해 외친다. 이어지는 섬뜩한 정적 속에 저 멀리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이승의 삶을 상기시켜주는 최후의 떨리는 메아리이다. ‘일어나라, 그대여 일어나라.’라는 성인과 천사들의 부드러운 합창 소리가 들려온다. 영광의 하느님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형언할 수 없이 부드러운 빛이 우리 가슴에 스며든다. 고요 속의 행복이다. 그리고 보라. 심판은 없다. 죄인도 의인도 없다. 대단한 것도 하찮은 것도 이젠 없다. 징벌도 보상도 없다. 벅찬 사랑의 느낌이 우리로 하여금 앎과 삶의 기쁨에 젖게 한다.
(다음은 5악장 피날레의 합창 및 소프라노, 알토의 독창 부분의 가사 원문과 해석이다.)
Aufersteh'n, ja aufersteh'n
Wirst du, Mein Staub,
Nach kurzer Ruh'!
Unsterblich Leben! Unsterblich Leben
wird der dich rief dir geben!
Wieder aufzublüh'n wirst du gesät!
Der Herr der Ernte geht
und sammelt Garben
uns ein, die starben!
O glaube, mein Herz, o glaube:
Es geht dir nichts verloren!
Dein ist, ja dein, was du gesehnt!
Dein, was du geliebt,
Was du gestritten!
O glaube
Du warst nicht umsonst geboren!
Hast nicht umsonst gelebt, gelitten!
Was entstanden ist
Das muß vergehen!
Was vergangen, auferstehen!
Hör' auf zu beben!
Bereite dich zu leben!
O Schmerz! Du Alldurchdringer!
Dir bin ich entrungen!
O Tod! Du Allbezwinger!
Nun bist du bezwungen!
Mit Flügeln, die ich mir errungen,
In heißem Liebesstreben,
Werd'ich entschweben
Zum Licht, zu dem kein Aug'gedrungen!
Mit Flügeln,die ich mir errungen
Werde ich entschweben.
Sterben werd'ich, um zu leben!
Aufersteh'n, ja aufersteh'n
wirst du, mein Herz, in einem Nu!
Was du geschlagen
zu Gott wird es dich tragen!
부활하리라,
짧은 안식 후에
나의 죽은 육신은 부활하리라!
그대를 부른 이는
그대를 불멸의 삶으로 인도하리라.
그대는 새롭게 피어 오른다!
수확의 신이 성큼 가버리면
우리는 볏단과도 같이 죽어
하나로 맺으리라!
오 믿음을 가지라, 내 영혼이여
그대가 잃은 것,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대가 갈구하던 것이 모두 그대 것이다!
사랑한 것, 싸워 쟁취한 것
모든 것을 갖고 있지 않은가!
오 믿음을 가지라,
그대의 탄생은 헛되지 않다.
그대의 존재, 고통 모두 헛되지 않음을 믿으라!
피조물은
멸하기 마련이고
멸한 것은 다시 부활하기 마련이다!
이제 두려움을 버리고
부활할 준비를 갖추라!
오, 모든 사물에 스며있는 고통!
모든것을 멸하는 죽음.
이제 그 망령에서 벗어나
그것마저 내 손아귀에 넣었다!
쟁취한 날개를 달고
타는 듯한 사랑의 열망 속에서
어느 누구의 시선도 미칠 수 없는
빛을 향해 치솟아 오르리!
내가 받은 날개를 달고
날아 오르리!
나는 살기 위해 죽으리라!
부활하리라,
내 영혼이여. 너는 일순간 다시 부활하리라!
그대가 받은 고통
그것이 그대를 신에게 인도하리라!
오늘날 어떤 작곡가가 이런 표현을 써가면서까지 청중들에게 말을 걸 수 있을까? 장황한 문학적인 프로그램 노트를 곁들이는 경우가 흔했던 말러 그 당시에조차 어떤 구절에서는 고개를 젓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이 사람은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영광의 하느님’이 자신의 음악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이런 주장에 기대감을 품고 작품을 감상하려 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반감을 가진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곡에서 말하는 ‘부활’은 과연 어떤 부활일까? 이제 교향곡 제 2번을 그리고 이와 비슷한 작품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의 문제, 이 교향곡의 부제인 ‘부활’을 붙이는 문제로 들어가보는게 좋겠다. 이것은 음악적인 이론만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작품을 해석하려 들면 분명 부족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음악적 이론만을 가지고 이 작품을 해부하더라도 워낙 대편성인 작품이기에 이야기할만한 ‘껀덕지’야 차고도 넘치지만, 말러가 의도했던 것은 그게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간 필연적인 ‘허망함’만이 남을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 두 악장의 가사를 보자. 이 작품의 핵심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믿음과 불신, 삶의 의미, 죽음의 의미, 신(神)에 대한 신앙 그리고 인간의 고뇌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의 문제가 나타난다. 가사로 등장하는 시 중 둘째 편은 프리드리히 클롭스톡의 <부활 송가>라는 점은 이 교향곡에 ‘부활’이라는 부제가 붙을 만한 근거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일 뿐이다.
말러는 앞서 인용했던 프로그램 노트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주목할 점 : 심판도 죄인도 없다. 의인도 없다. 위대한 것도 비천한 것도 없다. 징벌도 보상도 없다. 가슴 벅찬 사랑이 우리에게 앎과 삶의 지극한 행복감을 불어넣어준다’고. 무엇보다도 마지막 문장은 말러가 직접 이 곡에 대해서 설명한것 중 가장 의미심장한 문장일 것이다. 그가 자애롭고 전능한 인격신에 대해 의문을 품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사랑의 초월적인 힘은 결단코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말러가 의도했던 ‘부활’의 참뜻은 ‘앎과 삶’일 것이다. 죽음, 곧 생명의 상실이 주는 공포를 모두 이겨내고 ‘지금 바로 여기’(이승)에서 삶의 충만함을 느끼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가장 힘든 일은 앎과 삶을 향해 죽음의 공포를 딛고 날아오르는 일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공포이며, 쉽게 떨쳐내지 못할 공포이다. 클롭스톡의 <부활 송가> 원전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두려움에 떠는 일을 멈추라. 삶과 맞대면하라!’이다. 이런 정신을 젊은시절 말러를 사로잡았던 니체의 철학과 통한다. 니체는 유명한 무신론자이자 그것을 넘어 ‘반기독교주의자’였으나 정신적 ‘거듭남’에 대한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결국 5악장 말미에서 ‘그대가 (이승에서)받은 고통, 그것이 그대를 신에게 인도하리라!’가 울려퍼지며 육중한 금관악기의 울림과 공(gong)과 종(bell)이 들려주는 승리의 소리와 함께 절정에 이른다. 여기까지 감상하기에 이르렀다면 말러가 직접 작성한 해설은 어떠한 과장이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교향곡 제 2번 ‘부활’의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대미는 그가 희망을 되찾았다는 메시지라고 이해하는게 가장 타당하지 않을까. 여러가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말러는 진정으로 경외할만한 결과물을 이루어냈다. 말러는 이 곡을 작곡했을 당시 여름휴가를 알프스에서 보내며 작곡에 일정 시간을 할애할 현실적 방안을 어렵사리 찾아낸 후였다. 그리고 이 작품을 계기로 그는 이제 자신의 진정한 작업인 작곡에 필요한 시간도 확보하면서 자신의 예술적인 자존심도 세울 수 있을 만한 토대를 굳건히 마련하였다.
(글 : 09 박홍찬)
이 글은 우석대학교 한의과대학 독서모임 '話頭'에서 사용하고자 만든 자료입니다.
혹시나 말러의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이 이 글을 인용하거나 이용하고 싶으시다면 언제 어느때든 누구든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원 출처를 꼭 밝혀주십시오. 저 역시도 말러에 관한 서적이나 문헌을 참고하여 이 글을 작성했고, 실제 해당 서적이나 문헌들의 표현을 차용해서 쓴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20140928_화두_말러교향곡2번_해설자료.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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