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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목소리 星の声

J.S. Bach - Brandenburg Concerto No.3 in G major, BWV1048

by Fred.Park 2014. 7. 8.


마에스트로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가 지휘하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음악사(音樂史) 서적에서는 보통 바흐(J.S. Bach)를 두고 '음악의 아버지'라 부르기도 하지만, 특히 바흐의 작품을 두고 "바흐는 역시 대위법의 대가다"라고 말한다. 대위법(Counterpoint)은 라틴어의 contrapunctus(punctus contra punctus)에서 유래된 개념으로, 직역하면 점(點)대 점(點)을 뜻한다. 이는 다시 말하자면 음표대 음표라 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 독립된 선율 선(線) 즉, 성부의 대위를 중요시 하는 작곡 기법이다.[각주:1] 바흐가 이 기법을 잘 살린곡이야 수도 없이 많다지만, 특히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그 중에서도 3번이 '압권'아닐까.

이상하리만치 짧고 요상한 2악장과는 달리 1, 3악장은 각각 현악기들이 마치 '배틀'을 하는듯이 경쟁적으로 자신들의 선율을 연주한다. 하지만 힙합의 '랩 배틀'처럼 누군가를 이기고자 하는 연주가 아니다. 모든것이 조화를 위한 연주이자 선율의 경쟁이다. 위 영상처럼 지휘자가 따로 있기도 하지만, 통주저음 파트를 연주하는 하프시코드 주자가 지휘자를 겸하기도 한다. 바흐 연구의 권위자 중 한 사람인 칼 리히터(Karl Richter)가 지휘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영상을 보면 리히터가 직접 하프시코드로 통주저음을 연주하면서 각 파트의 연주를 지시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각주:2]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의 감상 포인트는 연주의 템포나 세세한 셈여림의 지시도 있지만, 이렇게 괴팍하리만치 짧은 2악장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비교 감상하는 것이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의 2악장의 원전 악보는 다음과 같다.



못믿겠지만, 이게 2악장의 전부다 (...)

맨 왼쪽부터 차례대로 바이올린 1,2,3 / 비올라 1,2,3 / 첼로 1,2,3과 콘트라베이스. 못믿겠지만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2악장 원전 악보는 딱 이거다. 2분음표 2개, 4분의 4박자 한 마디로 끝이 난다. 이것을 있는 그대로 연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2악장에서 제 1바이올린 주자 또는 하프시코드 주자가 짤막하게 카덴차(Cadenza ; 쉽게 설명하자면 일종의 즉흥연주라 볼 수 있다.)를 선보인 뒤에 8분의 12박자 빠른 리듬의 3악장으로 넘어간다. 위에서도 밝혔듯 이 2악장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비교감상 하는게 바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의 감상 포인트다.

사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은 은근히 우리나라 내의 CF 배경음악으로도 여럿 쓰인 적도 있고[각주:3],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한두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곡이다. 그러나 음악이든 미술이든 또 문학, 그리고 오늘날의 수많은 장르의 '예술'이라는 것을 이해할때 단지 '아, 좋구나.'라고 느끼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넘어가 '이해'를 하는 경지로 가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느끼는 길이 아닐까.

타인 앞에서 지식을 자랑하려 함도 아니다. 내가 더 많이 알고 있다, 내가 이 작가의 작품을 다 알고 있다, 작품번호까지 다 꿰고 있다. 이런 것을 뽐내고 드러내려 함이 아니다. 어떤 분야와 어떤 형태로든 '예술'은 그 자체로 우리의 기쁨이 된다. 다만 피상적인 '받아들임'을 넘어서자는 것이다. 이해가 함께하는 예술은 단순한 기쁨을 넘어 우리의 머리와 가슴 모두를 넓게 만들어 준다. 삶의 활력소가 되는것은 기본이요, 마음이 지쳤을때 평안을 찾게 만들어 주는 것은 또한 덤이다.




  1. 백병동, <대학음악이론> 제3판 [본문으로]
  2. 위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지휘를 하고 있는 아바도 말고도 뒤쪽에 하프시코드 연주자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본문으로]
  3. 정확하게는 국내 모 정장 제조업체 CF의 배경음악으로 1악장이 쓰인 적이 있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