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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幻の光

작품작가이원론,

by Fred.Park 2024. 4. 8.

 


1. 친구들중에도 홍상수 감독 영화 좋아한다 하면 나더러 불륜저지른 사람 작품을 왜 보느냐 등등 타박하는 이들이 몇 있다. 그들의 생각도 충분히 이해는 되며, 내가 봐도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이후로 작품 속의 대사나 인물의 손짓 발짓 등을 통해 자기 변호를 하려는 느낌도 많이 받곤 있으니,

2. 홍 감독님의 일을 '옹호'할 생각도 없지만, 그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그의 가족들이지 '내'가 아니란 생각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일단은 작품은 작품으로 볼 뿐이다. - 어지간하면 나는 '왜' 홍상수 영화를 좋아하는가에 대해 이처럼 대답을 해주면 날더러 불륜 작가/감독의 작품을 왜 감상하느냐 따져 묻던 사람들도 일단 나를 이해는 하게 된다. -

3. 살짝의 비약일 수 있겠으나, 김기덕 감독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겠다. 홍상수 감독의 일은 사실 가족관계, 부부관계라는 지극히 사적인 신의관계를 깬 것에 대한 문제이지, '범죄'라 볼 순 없는 일이지만 김기덕 감독의 경우 '범죄행위'에 대한 이야기로 갈 밖에 없기 때문에 대화의 시점과 논점은 차원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일단은 작품 있는 그대로는 보고 있다. 그 영화 작품들이 나오는 과정 속에서 여배우에 대한 폭행 등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선 그러나 깊이 안타까움을 가질 밖에 없다. 지금으로선 내가 그와 그의 작품들에 가지는 최선의 태도는 이것 뿐이다. 결코 그의 비행을 옹호하는건 아니다.

5. 다시 돌아와서. 어떤 문제가 되는 예술가의 작품을 향유하는것은 '나쁜가?'에 대한 이야기다. 나 역시도 이를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솔직히 많이 머리가 아프다. 그러나 딱 한가지만 더. 이것 만큼은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다. 어떤 문제가 되는 예술가의 작품을 향유하는 행위 그 자체와 행위의 주체까지 싸잡아 '나쁜놈'으로 몰아세우는 태도는 심히 옳지 않다는 것을.

6. 특히나 '도덕감정'에 유독 민감한 대한민국에서 이해 못할 일은 아니지만, 너도나도 '정의의 심판자'를 자처해대며 목소리 데시벨 올리는 모습에서 개인적으론 심심한 피로감을 느껴서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대로 '정의의 심판자'라 불러주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내 시각에선 오직 '병아리 감별사'일 뿐.

2024.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