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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목소리 星の声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의 '안단테 모데라토' 악장

by Fred.Park 2019. 10. 16.

 

 

 

바로 이전 5번 교향곡에선 장송 행진곡이라며 대놓고 1악장의 이름을 붙였고, 우중충한 트럼펫 소리로 시작을 알렸으나 끝내 빛으로, 희망으로, 행복으로 청자들을 데려다 주지만, 6번 교향곡은 대놓고 '비극적'이다.

 

이 비극적인 말러 교향곡 6번은 이 안단테 모데라토 악장과 스케르쪼를 각각 2-3악장 순서를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지휘자마다 해석이 분분하다. 개인적으론 2악장에 스케르쪼를 먼저 연주하고, 3악장에 바로 이 안단테 모데라토 악장을 연주하는게 낫다고 보는 편이다.

 

저음현악기의 으르렁 거림으로 시작하는 1악장, 타악기의 강력한 타격으로 시작하여 초장부터 긴장감을 주는 스케르쪼 악장을 2악장으로 한 이후, 잠시 이걸로 긴장을 풀어준 이후 결국 마지막 4악장에 가서는 '망치'(* 정말로 이 작품엔 '망치'가 악기로서 등장한다.)의 타격도 맞아보고 그러다 모든 악기의 울림과 함께 비명을 외치며 죽어가는것도 나쁘지 않지 싶어서다.

 

영화 <신세계>에서 이중구(박성웅 분)가 "죽기전에 담배 한대 정도는 괜찮잖아? 죽기 참 좋은 날씨다."라고 하며 여유를 부리는 느낌이랄까, 마지막 비장미 흘러넘치는 4악장으로 들어가기 전, 잠깐 긴장좀 풀고 가도 괜찮겠지 싶다. 아, 그런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악장이다.

 

여기서도 꽤 '특이한 악기'가 등장한다. 워낭이다. 워낭소리 할 때 그 워낭 맞다. 소 목에 다는 방울인데, 우리나라 소가 다는 작은 방울과는 달리 둔탁한듯 하면서도 은근히 청아한 소리 내는 서양 워낭(카우벨)이다. 작곡자는 악보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주하라 지시를 했다. 그런 목가적인 풍경 떠올리며 잠깐 긴장 풀기는 좋기야 한데, 결국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비극'이다. 그러므로 이를 알고 들으면 딱히 긴장이 풀리지 않는, 풀릴 수 없는 미스터리를 경험할 수 있기도 하다.

 

원래 폭풍이 일기 전은 고요한 법이라 그런거다. 그래서 사실 이 악장도 그저 잔잔하지만은 않은거다.

 

- 특별히 큰 걱정 근심이 있어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나 내 개인적으로나 안좋은 일도 없다. 아, 딱 하나. 잠깐 미래에 대한 생각을 했다보니 나도 모르게 살짝 어두워지진 않았을까 싶다. 자연스레 생각에 젖으며 찾아 들은게 바로 이것이다.

 

 

2019. 10. 16.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