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의 목소리 星の声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의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by Fred.Park 2017. 11. 10.


Christoph Eschenbach


1.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Christoph Eschenbach

피아니스트로도 지휘자로도 유명한 사람이다. 2016년 1월 9일, 정마에(정명훈)가 떠난 서울시향 첫 연주회에서 이분을 바로 내 눈 앞에서 만날 수 있었다. 내 자리는 포디움 바로 앞이었다. 음반 자켓으로만, 또 유튜브 영상으로만 만나보았던 사람이 바로 내 눈 앞에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2.
음악가? 영화배우? ... 당신은 누구시온지?

숱 하나 없는 머리. 또 우리가 흔히 지휘자 하면 생각하는 연미복이 아닌 뭔가 인민복(?)같은 옷. 흡사 마블 엑스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프로페서X같기도 한 이 사람을 누가 처음 딱 보고 음악가, 그것도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라 할까 싶은 '망측한'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그가 그날 연주한 작품과 잘 어울리는 섬세한 지휘. 커다란 덩치와 무섭게 생긴(?) 외견과는 달리 너무나도 섬세한 사람.


Anton Bruckner


3. 
소심하지만 여리고 섬세한 거장의 마지막 작품.

2016년 1월 9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 작품은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이다. 이 작품은 미완성이다. 작곡가가 완성을 보지 못하고 죽었기 때문이다. 고뇌 - 환희 - 슬픔 - 비웃음 - 분노 - 한숨 - 그리고 '승천'. 비록 미완성이라고는 하나 3악장 마지막 따스한 호른소리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 마지막 한 줄을 생각나게 한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누군가의 인생 스토리 모두 보고 나 역시도 그 모든 인생을 함께 '다 살아본듯'한 허망함을 주기도, 그러나 그 허망함이 기분 나쁜 허망함이 아닌 묘한 미완성 교향곡이다. 위대한 음악가의 죽음은 주변에 깊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사실 그는 이미 70대 노인으로 당시 평균수명으로 치면 꽤나 장수했던 셈이다. 그리고 끝내 오스트리아 최고의 예술가로 인정받아 명예롭게 세상을 떠났으니 마냥 '허망한' 죽음이라 할 순 없었다.


Franz Schubert


4.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8번, Unfinished Unvollendete)이다. 사실 이 작품 이후 '더 그레이트'라 불리우는 교향곡 9번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작곡가가 사망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슈베르트는 이 미완성교향곡을 3악장을 쓰던 중 손을 놓고도 6년 정도는 더 살다가 세상을 떠난다.) 아니, 어쩌면 한번에 하나의 작품을 쓰는게 아니라 여러 작품을 동시에 작업했을 수도 있으니, 이를 단정짓기엔 좀 이른듯 싶다. 사실 슈베르트는 별다른 이유 없이 쓰던 작품을 그만두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는 하니, 특별한 이유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 싶다.


5. 
그 사람, 이거 무슨 생각을 하며 쓴걸까?

그가 이 작품을 작곡할 때 스물 다섯살이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슈베르트는 서른 한살에 요절한다. 1악장은 사춘기에 이어 20대 중반기에 찾아온 '오춘기'의 고뇌가 담긴듯 하고, 2악장은 뭔가 평온해진듯 하지만 끝내 꺼지는듯한 피날레가 이어지고 허망하게 마무리가 된다. 스물 다섯이면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이긴 한데, 스물 다섯때의 나는 뭘 했을까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1악장처럼 고뇌와 기쁨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있었기에 과장 조금 보태 조울증환자처럼 살았고 내 스스로에 대해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기였다. 한편으론 심히 찌질한 모습도 보였다. 또 2악장처럼 스물 다섯살의 혈기도 넘쳤던, 그러나 그만큼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짙어서 찌질했던 한 해는 가녀린 피날레처럼 조용히 끝이 나게 되었다.



2017.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