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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믿고 봅니다. 데미 무어.
2. 미친 영화 맞습니다. 정말로 미쳤습니다. 메시지도 정말로 노골적입니다. 그리고 상당히 보기 어렵습니다. 난해해서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보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십시오. 추천합니다. '몸'에 대한 폭력은 과연 어떻게까지 표현될 수 있을까에 대한 철학적 고민 끝에 만들어진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여성의 몸'에 대한 언어적 혹은 언어외적 - 이어지는 사회적 폭력을 다룹니다. 그러나 결국 이는 성별을 떠나, 도대체 무엇이 (외적으로) '더 나은 나'인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하게 해줍니다.
3. 주연인 데미 무어와 마가렛 퀄리의 전라 노출연기가 있습니다. 심지어 음모도 노출됩니다. 영화 내 여러 부분에서 여성의 은밀한 부분들이 강조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절대로 야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아름다운 여성의 엉덩이가 흔들거리고, 거의 성기가 보일듯 말듯 한 수준의 위태한 옷을 입고 에어로빅 댄스를 하고 있음에도 무엇 하나 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야하다기보단 '그로테스크'합니다. 그걸 바라보는 방송 책임자, 스태프, 투자자들의 눈빛은 흡사 마약중독자, 섹스중독자의 눈빛과 같습니다.
4.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노골적이라 무언가를 '해석', 더 나아가 '해독'하려 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폭력이란 면에 있어, 어떠한 부분이 '강조'되는지를 정말 미친 연출로 보여줍니다. 영화 말미엔 여성의 유방이 항문을 떠나는 대변 덩어리처럼 똑 하고 떨어집니다. 섹시미가 강조되어야 할 엉덩이 라인에서 무언가 이상한 것이 튀어나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결국 하나임에도 분리가 된 자아, 그 둘 중 하나가 결국 하나를 좀먹고 말려 죽이는데 까지 나아갑니다. 그렇게 만든 약의 이름이 '서브스턴스', 즉 '본질'이라는 역설은, 영화가 상영되는 두 시간 이십분 간 끊임없이 드러나게 됩니다.
5. 단 한번만 사용해야만 할, '서브스턴스' 약제의 활성제는 결국 괴물을 만들어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어떤 화가가, 입이 가장 예쁜 사람을 따로 그리고, 눈이 예쁜 사람을 따로 그리고, 또 귀가 예쁜 사람을 따로 그려내 합쳤더니 세상에서 가장 못난 사람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결국 있지 말아야 할 곳에 치아나 눈, 유방, 항문, 신경, 혈관, 손/발이 붙은 괴물이 탄생합니다. 흡사 기형종teratoma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6. 결국 진짜 '본질'로서의 자기 모습을 잃어버리고 주변이, 사회가 원하는 대로의 아름다움의 기준에 맞춰 가다보면 잃어버리는 것은 분명 생기기 마련. 그렇게 끝내 주인공 엘리자베스 스파클로 돌아가려 하지만, 사진으로 얼굴을 가린 "기형종"teratoma 괴물만이 남습니다. 그리고 화려했던 그 시절 위에서 기형종의 마지막 얼굴은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고 소멸됩니다. 너무나도 끔찍한 연출이지만, 주는 메시지가 그만큼 선명한 영화여서 좋았습니다.
7. 예상대로 극과 극을 달리는 평가가 즐비합니다. 예술영화에 지나치게 길들여진(?) 사람들은 어쩌면, (1)메시지가 노골적이며, (2)연출이 지나치게 강렬해서 이 영화를 싫어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호평할 사람 (저를 포함하여)들도 같은 이유인, (1)메시지가 (누가봐도 알기 쉬울 정도로) 노골적이며, (2) 연출이 상당히 강렬해서 이 영화를 좋아할 것입니다.
8. <서브스턴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에 이어,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괴물>은 실질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괴물을 이야기 하는 작품이 아닌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며, 시선에 따라 어떤 사건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이해하는 것 - 이동진 평론가의 이야기를 빌자면, 오해에서 시작되어 이해에 이르는 과정- 여기서, 결국은 누가 괴물인지 (카이부츠 다-레다?) 알게 되는 그 모든 것이 훌륭한 평가를 얻어 각본상을 수상했다고 생각합니다. 즉, <괴물>에서의 주제는 절대로 노골적이지 않고, 은은하게 숨어있다가 천천히 나타납니다. <괴물>에서 말하는 괴물은 형태가 없는, 우리네들 '속'에 존재하는 괴물을 이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9. 그러나 본작 <서브스턴스>는 앞서 말했듯, 노골적이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해주기에 바로 이전 수상작 <괴물>과 보색 대비보다 선명히 대비되는 작품이었기에 각본상을 수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괴물>이 결국은 따스한 초록빛의 작품이었다면, 이는 그의 보색인 시신의 얼어붙은 살갗 같은 차디찬 자주색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엘리자베스 스파클의 또 다른 나, '더 나은 나'이자 '하나'인 수Sue는 또 다시 한번 '서브스턴스' 때문에 괴물이 되어 관객들 앞에 나타납니다. 조금 아까전 까진 그녀가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던 이들, 이제는 "괴물이야!"라며 그녀를 밀치고 죽이려 들기 바쁩니다. "괴물."
10. 난해해서 보기 힘든 영화가 아니라, 말 그대로 보기watch가 힘든 영화입니다. 그러나 조만간 한번 더 보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거리가 너무나도 많이 생긴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혹은, 제가 변태라서 그런걸지도 모릅니다.
- 이 영화에 대해 더 말하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To be continued...
2024.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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