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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 生の跡

유감입니다.

by 이웃집박선생 2024. 10. 21.

안톤 브루크너라는 오스트리아인 작곡가가 있다. 음악가들 중에서는 그야말로 '대기만성'(大器晩成)의 표본과도 같은 존재다. 젊어서는 작곡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말년에 가서 생존한 시대 내의 거장으로 큰 존경을 받게 된다. 안톤 브루크너가 남긴 작품은 여러가지 있으나, 교향곡들이 특히 유명하다. '제대로 된' 넘버링이 되었으며 완성된 작품이 총 8개가 있고, 그 전에 습작 교향곡, '00번' 또는 '마이너스 1번'이라 불리우는 교향곡과 '0번' 교향곡 두 작품이 더 있다. 9번 교향곡은 3악장에서 끊긴 미완성 작품이다. 그러나 완성된 3개 악장 만으로도 울림이 아주 큰 작품이다. 그리하여 브루크너의 교향곡은 총 11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크리스티안 틸레만이란 독일인 지휘자가 있다. 우리 한국에도 가끔 방문하기도 한다. 수 년전, 크리스티안 틸레만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한국을 방문하여,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을 연주한 적이 있다. 나 역시도 그 자리에 있었고, 브루크너 교향곡, 그 중에서도 '8번'의 힘에 압도되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브루크너 교향곡 음반 녹음 11개 작품 전부를 다 한 지휘자는 드물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크리스티안 틸레만이다. 이 양반은 칭찬으로든 악담으로든 전형적인 -독일인-이다. 이런저런 안좋은 소문도 많고, 성격 문제도 있다 하고. 그런데 조금 속되게 이르러 실력 하나 만큼은 '죽여주는' 지휘자임은 분명하다.

마에스트로 틸레만과 빈 필하모닉이 드디어 브루크너 교향곡 11개 작품 전부에 대한 음반 녹음을 마쳤다. 사실 이전에, 한 작품 한 작품 녹음이 완성될 때마다 우리나라에도 하나씩 출시를 하더니 잠시 맥이 끊긴적이 있었다. "이제 안하는건가?"싶다가 갑자기 '전집'을 출시한 것을 보았다. 습작 교향곡과, 0번, 1번, 그리고 6번, 7번은 어디에 있는걸까?  그렇다면, 그 전에 2번, 3번, 4번, 5번, 8번, 9번 교향곡 음반이 출시될 때 마다 따로따로 구입하며 듣던 나같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전집을 구입해야만 하는건가? 습작, 0번, 1번, 6번, 7번은 녹음 하기는 한건가? 전집이 나온 것을 보면 그렇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아는 한에선 어디서도 나머지 음반들을 판매하는 곳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풍월당에 물어봐야 할까? 예스24, 알라딘, 심지어 나름대로 음반 판매로 유명하다는 교보 핫트랙스에도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본 아마존 또는 일본 타워레코드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거기서는 '전집'뿐 아니라 별도의 음반으로도 그동안 내가 구입하지 못한, 브루크너의 습작 교향곡 및 0번, 1번, 6번, 7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쯤이면 이건 그냥 우리나라에서 수입을 안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아니면 아직 내가 이 음반들을 판매하는 곳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당장 내 시야 내에서 보이는 모습으로 볼 땐, 명색이 메이저급 서점 및 레코드 샵에서 대뜸 전집부터 판매를 하려 드는 모습은 썩 맘에 들지 않는다. 아무리 우리나라의 실물 음반 시장이 많이 침체되었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풍월당이나 예술의전당 내에 있는 예전레코드 같은 곳에 음반 수입 요청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그게 안된다면 소니쪽에 직접 전화를 걸어 '전집' 말고 따로따로 구입하고 싶다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아래 그림/사진 파일들이 내가 아직 따로 구입하지 못한 틸레만과 빈 필하모닉의 브루크너 교향곡 음반들이다. 제발 '전집'부터 척 하고 팔려고 들지 말고, 나 처럼 하나하나 나올때마다 사서 듣는 사람도 배려해줬으면 싶다.

2024.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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