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작 소설과 영화(제목은, <더 디너>)가 이미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뻔한 스토리라 봐도 좋을 수 있는 작품일 수 있다. 그 때문에 전문 평론가들의 평이 좀 엇갈리는 것 같다. 영화 평론 사이트 로튼 토마토의 평가는 '신선하다'가 대세인 반면, 어떤 전문 영화평론가는 변주와 재해석이 부족한 뻔한 디너쇼를 봤다고 하고, 또 다른 어떤 영화평론가는 그냥 '한국'이라는 TV드라마의 극장판을 보았다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2.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혹은 있었던 부분들이 보였기에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영화를 좋은 작품이라 평가하고 싶다. 실제 개인적으로는 지금 나름대로 의업(醫業)을 하고 있지만, 어린 시절 더욱 관심을 두었던 분야가 바로 법조(法曹)였다. 실제로 공중보건의 시절에 LEET 시험을 치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지원한 적도 있었다. 비록 2차 최종 면접 시험에서 탈락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의(醫)와, 법(法)은 모두 나의 주된 관심사이다.
2-1. 특히 설경구 배우가 변호사 역할을 맡은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동안 설경구 배우에 대해 부진했다는 식의 평가는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조금씩 사그라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장동건 역시, 어떤 사람은 "믿고 거르는 장동건."이라 혹평할 정도로, 연기력 문제가 불거졌던 배우였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설경구 배우와 장동건 배우의 연기력 논란은 곧 사그라 들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특히 앞서 말한 그대로, 설경구 배우에 대한 혹평은 더욱, 특히.
3. 아무래도 설경구 배우 하면 <공공의 적> 시리즈의 '강철중' 역할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그런지, 이 영화 중간 중간 <공공의 적 2>에서 한상우(정준호 분)에게 "야이 X새끼야!!!"라고 소리지르는 장면이 간간이 떠오르더란다. 표정이 딱, 그 대사 치기 직전의 표정같았다. 그렇게 외칠 것만 같은 장면이 몇 번 보였다. 그러나 기대했던 바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또 다른 모습의 설경구의 명연기를 감상할 수 있었다.
4. 김희애도 역시 김희애다. 김희애는 김희애니까 김희애다. 잠시 농담처럼 네 번째 코멘트를 이렇게 남겨본다.
5. '계급론'의 눈으로 이 영화를 바라본다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왓챠피디아에 남긴 어떤 이의 평가 코멘트를 보았다. "이제 '보통'이란 말까지 도둑질 하느냐"고 이 작품에 대해 불만을 표하였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나오는 저 '가족'들을 보면, 설경구와 장동건이 맡은 역할은 각각 잘나가는 특급 변호사와 종합병원의 소아외과 과장이다.
소아외과 의사 역을 맡은 동생(장동건 분)이 '덜' 잘 사는 것 처럼 보이지만, 널찍한 아파트에서 인지증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님까지 잘 모시고 살 정도이며, 아내(김희애 분) 역시 저명한 번역가이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그러할 뿐, 거주하는 아파트나 주변 환경을 보면 속되게 일컬어 '비싼 동네'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형(변호사, 설경구 분)의 집은 아예 대놓고 호화 대저택이다. 서울 지리에 어느정도 밝다면 한남동 유엔빌리지 비스무리한 동네임을 알 수 있다. 한강을 북쪽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는 풍경이 식탁 뒤, 거실 창문으로 비추어진다. 그냥 부유층도 아닌 사생활 보호에까지 갖은 신경을 쓰는 '찐 부유층'임을 곧장 알 수 있다.
또한 이 역시 명시적으로 '어떤 곳'임을 드러내진 않지만, 주연을 맡은 아이들 둘이 다니는 학교와 그 주변 학원가 분위기를 보면 소위 '학군지'에서 자녀 교육을 시키는 사람들임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학군지' 학원 여러 곳에 자녀를 보낼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되는 사람은 대한민국 전체로 볼때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러니 이들은 현실로 치면, 실제로는 대한민국 사회 상류층들이다. 그런데 제목은 '보통의' 가족이라 한다. 이는 감독이 계급론을 운운하고자 함이 아니라, 가족의 '일상'이 깨지는 여러가지 방식들 중 하나를 말하고자 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통'이란 말을 쓴 것이겠지만, 충분히 '보통'이란 말이 도둑맞았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6. 복선이 참 많다. 사실 영화, 그것도 이런 범죄물, 스릴러물 좀 봤다는 사람이라면 초장부터 뭐가 복선이고 그게 어떻게 나올지 다 예상이 되는 수준일 수 있겠다.
이 작품에서 아득히 높은 '미적 수준'을 요구하는 관객에겐 유치해보일 수 있겠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것도 다 영화속에서의 상황 그 자체다. 우리 평범한 일상에서도 충분히 보고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므로 관객으로서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 아니다.
또한 이 영화의 '스토리 전체'를 이미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을) '보여지는(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작품을 받아들일 때의 느낌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로, 나는 영화에 대하여 '스포일러'라는 말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과장 살짝 보태자면 애초에 그런 것 따윈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설혹 이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 모두를 이미 다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좋은 작품이었노라 이야기 했을 것이다. "그 영화, 그냥 누구가 이랬대-"와 같은 말 또는 글을 전해듣거나 읽는것 보다는, 실제 감상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을 음미하는 것에 더 큰 의의를 두기 때문이다.
7. 은근히 <조커>를 오마쥬 한 것 같은 장면들이 몇 보였다.
8. 전반적으로 나는 이 영화를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내 시선에서 이 영화를 저평가할 만한 요소도 없진 않았다. 그러나 딱 한가지 만큼은 그 누구도 '까지 않을' 요소가 분명 있다고 본다. 바로 '음악'이다. 누가 음악감독을 담당했나 찾아보니, 역시는 역시였다.
9. 더 말하자면 길어질 것이니, 여백이 없어 적지 않겠다- 는 핑계로 그만두자. 하지만 사실 밤새도록 술마시면서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해볼 수는 있다.
10. 더 이어서 할 이야기가 많다. 정말 재밌게 보고 나온 영화였다. 미학적으로, 또 영화를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에선 '완벽한' 작품은 아닐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와닿은 부분에 있어선 정말로 명작이라 생각한다. 심경의 변화가 여러 번 있었고, 생각의 변화도 여러번 있었다. 기본적으로 불쾌감이 심하게 느껴지긴 했으나, 이 영화가 보는 사람의 감정을 움직였다는 그 자체가 '잘 만든 영화'라 칭찬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2024.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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