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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幻の光

스티브 맥퀸, <셰임 SHAME>

by 이웃집박선생 2024. 7. 8.

 

 

1. 사실 10여년 전, 이 작품의 예고편을 보고 "아오 또 뉴욕 여피놈년들이 일하고 술먹고 XX하고 그런 이야기겠지."하고 덮어놓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 다시 이 작품을 접하니, 이거 예술이네.


2. 자신의 은밀한 취미, 취향 등이 타의에 의해 드러나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게 이 영화의 제목 <Shame>의 전부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


3. 주인공의 정사씬을 보면, 분명 찐하긴 찐한데 전혀 제대로 된 정신머리를 가진 상태에서 '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있다. 눈이 일단 썩은 동태눈 내지는 서울 비둘기 눈깔이다. 실로 영혼없는 그짓.


4. 평소에도 전형적인 성공한 소시오패스처럼 행동한다. 영혼없이 행동한다. 심지어 직장 상사와 같이 찾아간 어느 술집에서 어떤 여자를 꼬드기려 들 때도 눈매를 자세히 보면 영혼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짜로 상대방 여성에게 이성적 매력을 느껴서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Fuckable'하니까 어떻게 해보려는 태도.


5. 그런 주인공도 여동생 앞에서는 달라진다. 가끔 심적으로 흔들리기도 한다. 아, 근데 가만 보니까, 사실 여동생을 '사랑'하는가보다. 단순한 형제애 가족애가 아닌, 그 이상.... 그래,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그것.


6. 주인공이 진짜로 들키고 싶지 않아했던, 'Shame'을 느낄만한 것은 집에서 수위 높은 뽀르노 잡지나 보고,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고, 콜걸을 불러대는 등의 엽색행각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친 여동생'을 '사랑'해서 그런것인지도.


7. 감독은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에 꽤나 대담한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은 내 여동생을 '사랑'하면 안되냐고 소리쳐 묻는것 같다. 그래서 어떠한 여자한테도 흔들리지 않던 주인공이 여동생에 관해서는 꽤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여동생의 등장에서부터 그의 엽색행각으로 물들었던 일상이 꽤나 흔들린다.


8. 그리고 진짜 "Shame on you!"라는 말을 들어야 할 나쁜 새끼는 바로 주인공의 직장 상사다. 사실 이 새끼가 더 나쁜 새끼다. 정말 나쁜 새끼다.


8-1. 영화 안에서는 대놓고 드러나진 않지만, 주인공은 아마도 여동생과 오래전에 성관계를 가졌던 것 같다. 그런데 단순한 쾌락을 추구하기 위함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랑'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가 다른 여자들과 여동생에게 보이는 태도를 유심히 보고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8-2. 그가 진정으로 들키고 싶지 않아했던 '부끄러운 것'은 괴팍한 성생활, 엽색행각등이 아니다. 바로 '근친상간'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리 성생활 면에서 자유로운 국가, 문화권이라도 근친상간에 대해선 심히 보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8-3.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랑'하는데.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것 같은 주인공도 여동생이 부르는 노래 <뉴욕 뉴욕>에서 눈물을 흘리고, 그녀의 자살 시도에서 완벽히 심적으로 무너지게 된다. 어쩌겠는가. '사랑'하는데.


9. 오래전 장선우 감독의 영화 <거짓말>을 놓고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고갔었는데, 예술과 외설은 정말 종이 한장 차이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오고갔음은 꽤나 오래전 일이지만 내게도 기억에 남는다.


10. 이 영화는 아예 마이클 파벤더의 성기가 그대로 노출되고, (.... 상당히, 크다.) 캐리 멀리건의 음모노출까지. 정말 배우들이 맘먹고 출연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정사씬의 수위도 대놓고 포르노그라피로 만드는게 아닌 선에서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 영화의 선정성에 관한 수위는 거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정도에 비교해야만 하겠다.

 

2024.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