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환상의 빛 幻の光

남동협 감독, <핸섬가이즈>

by 이웃집박선생 2024. 7. 24.

1. 이성민씨가 이런 개그 연기에도 능하다는 것을 재발견했다. 역시 그는 '배우'다.

2.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 을 굳이 한번 더 일깨워준다. 또한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삶을 사는 사람도, 뒤에서는 마약과 섹스에 미쳐 사는 찌질이일 수 있으니 사람을 볼 땐 깊이 생각하며 봐야 한다는 교훈 정도는 던진다고 볼 순 있다. 결코 '잘생기지 않은' 두 남자 주인공이 <'핸섬'가이즈>라는 영화에서 그렇게 이야기 한다.

3. '무지성'으로 미친듯이 웃다 나왔다. 개개인별로 웃음의 역치와 감각 수용의 모양새 또는 방식은 다를 수 있겠으나, 나는 이정도면 상당히 선을 잘 지킨 하나의 개그물이라 생각한다. 


4. 잠깐 다른 이야기. 음담패설 또는 말 끝마다 'ㅆ'소리를 붙여가며 욕을 하는게 뭔가 듣는 이들이 재밌어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참 많다. 그러나 소위 '개그'(코미디)라는 것도 다 머리가 좋아야 잘 하는 법이다. 언제 어디서 타인이 웃을지를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걸 생각하면서 말하고 행동하며 남을 웃기기 때문이다. 코미디라는건 결국 보고 듣고 느끼는 사람들이 웃어야 빛이 나는 법이다. 코미디가 '불쾌'해서는 안된다.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선을 꽤나 잘 지킨 영화라 생각한다.


5. 그 코미디들 중에서도 솔직히 좀 유치한 부분이 적지 않다지만, 바로 그 'B급감성'이 이 영화의 핵심이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어차피 이건 보는 이를 'B급 감성'을 통해 웃게 하려고 만든 영화이고, 원래 그러려고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다. 원래 그렇다는데, 혹평해봐야 무엇이 달라지고, 또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5-1. 또한 이 영화는 캐나다의 공포 코미디물 <터커&데일 vs 이블>을 대놓고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그러니 이 영화에 대해 일부러 악평을 달아대며 스노비즘에 찌들 이유도 없고, 그럴 요소 자체도 없다. 왜? 이건 원래 그냥 그렇게 만들어 진 작품이니까! BORN THIS WAY.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영화 그 자체로서 '훌륭하다'라고 말하는것은 무리인건 맞다. 그래서 굳이 '별 평점'을 달라 한다면 높은 평가는 내리지는 못하겠다. 어쩔 수 없는 B급 영화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6-1. 그러나 그 'B급 감성'을 버무려 'S급 영화'를 만드는 QT(쿠엔틴 타란티노)는 도대체 어떤 인간인지.


7. 실로 '무지성'으로 웃다가 나온 영화다. 부정적인 의미 아니다. 살다보면 언제나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게 살 수만은 없다. 잠시 동안은 세상이 요구하는 우리의 가면을 벗어 던지고 민낯으로 좀 유치하게 웃어도 좋다. 덕분에 스트레스 잘 풀고 객석에서 일어났다. 머리에서 엉켜있는 잡념따위 저리 치워두자. 적어도 이 영화를 보는 시간 만큼은.

2024.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