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래도 '문제적'(?) 감독과 배우의 작품이다보니, 이 작품을 두고 자기 변명하려는 홍상수라고 깎아내리는 사람 아니면 영화적으로 아주 괜찮은 작품이라 칭송하는 사람으로 뚜렷하게 양분화되는것 같다. 중간항, 연속스펙트럼을 찾아보기 어렵다.
2. 다른 모든것을 제쳐두고, 김민희의 연기는 '명품'이었다. 저게 연기인지 사적인 김민희라는 사람 모습 그대로인지 잘 모르겠다. 정말이지 '천연덕'스러웠다. 그리고 실제 김민희는 이 영화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은곰상을 수상한다.
3. 언제나 그렇듯, 영화 외적인 것은 최대한 제쳐놓고 보려 노력했다. 언제부터인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엔 은근슬쩍 피식 웃을 수 있는 부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여기선 1부 말미에 갑자기 김민희를 들쳐 업고 무심하게 갈 길 가는 남자. 호텔에 들어갔더니 밖에서 무미건조하게 창문을 닦는 모습. 심드렁한 모습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 피식피식 웃을 수 있었다.
4. 영화 속 김민희(영희 역)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였을까? 봉준호 감독의 메이저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에서, 배두나(현남 역)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하여 아파트 옥상 위에서 노란 옷을 갖춰 입고 환호성을 내며 꽃가루를 뿌리는 이들을 카메라 속에 담은 것과 비슷한 취지였을까? 아무튼 생각없이 보다가 허를 찔린 느낌이었다. '뿌하하' 웃기보단 말 그대로 '피식, 풉'하고 웃었다. 비웃음이 아니라 진짜 어딘가 방심하다가 약점을 찔린 기분으로.
5. 그러다보니 이제서야 '홍상수식 개그'가 뭔지 조금씩 알게 되는 느낌이다.
2024. 0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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