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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幻の光

홍상수, <인트로덕션>

by 이웃집박선생 2024. 5. 20.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각본상> 수상 등... 이 영화를 둘러싼 화려한 수식어들.

 

"세상 속에서 파편, 조각이 된 청춘 둘의 외로운 이야기."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이자 홍상수 감독의 실험작. ... 과 같이, 이 영화를 둘러싼 화려한 수식어들은 잠시 치우도록 하자. 다만, '실험작'이라는 말에는 방점을 조금 더 진하게 찍어볼 필요는 있으리라.

주연배우 둘은 홍상수 감독의 건국대학교 영화학과의 제자들 중에서 캐스팅하였다. 특히 신석호 배우는 본래 홍상수 감독 영화 제작진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주연 배우'가 되어 본인도 놀랐다고 한다. 박미소씨는 깊은 신비감을 주는 모습으로 이 영화에서 처음 주연으로 등장하였는데, 그녀 역시 홍상수 감독의 제자들 중 하나였다.

영화 자체에 집중을 해보도록 하자. 이 영화를 둘러싼 수식어들은 화려한데, 이 영화 자체는 썩 화려하다고 볼 순 없다. 게다가 2021년에 무슨 흑백영화? 러닝 타임도 66분 이기에, 이것을 두고 장편영화라 할 수 있을지도 애매하다 표현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야기 '구조'는 흐물거리듯 보이지만 탄탄하게 흘러들어간다. 영화는 총 3부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1부는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 2부는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 3부는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또 어떤 일이 '있기는 있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의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의 '재회'와 그를 둘러싼 이야기(들)가(이) 펼쳐진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자주, 또는 언제나 그러하듯, 철저하게 시간의 순서든 강력한 사슬과 같은 인과관계 등은 '해체'되어있다. 다만, 1부와 2부는 어느정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지긴 하나, 3부에서 갑자기 다시 등장하는 남자 명배우(기주봉 분)의 술에 취해 자신의 연기 철학 등에대해 역설(力說)하는 모습과 그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남자 주인공의 엄마(조윤희 분)와 친구. 그러다 바다 파도에 뛰어들어 모든걸 씻어내고 개운해진듯 하는 남자주인공의 연기. 멀찍이서 바라보는 주인공의 엄마. 다시 재회한(?) 여자 주인공, 즉. 옛 여자친구.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자주, 또는 언제나 그러하듯, 자신의 영화가 '무엇이다'라고 정의되어지는걸 어쩌면 거부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여기서 외로운 청춘 둘의 씻김굿을 본 것 같았고, 그제서야 제대로 인생이 '시작'(인트로덕션)됨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하나 하나 카메라에 담아낸 작품 아닐까. 하는 생각을, 그리고 내 나름대로의 해석을 그제서야 내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 그 자체가 홍상수 감독에게도 '처음'(인트로덕션)과도 같은 작품이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그 역시도 이미 이름이 잘 알려진 배우가 아닌 자신이 지도했던 신인 배우들을 파격적으로 주연으로 캐스팅 한 부분부터 '처음'이니까. 무명 감독의 독립영화도 아닌, 이제 막 데뷔하는 감독도 아닌 거장이. 홍상수 감독에게도 모든 것이 신기하고 '처음'인, 살아가는 하루하루 그 자체가 '인트로덕션'Introduction인 청춘의 시절이 있긴 있었던 모양이다. 영화계의 거장도 결국 현실을 살아가는 한 사람인게다.

촬영 작업중인 홍상수 감독. 출처 <씨네21>

 

2024. 03. 13. 초고

2024. 05. 20. 업로드, 여전히 빈약한 글. 拙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