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날 쫓아와서 그래야만 한다고 부여하는 의무는 아니지만, 신작 영화를 보고나면 모자라게나마 몇 글자 남기는 습관을 들이는 중이었다. 얼마전 홍상수 감독의 신작 <여행자의 필요>를 보고도, 아직 '글'답게 무엇을 남기진 못하고 있다. 아직 제대로 습관으로서 자리잡지 못해서이다. 그냥 더 간단히, 내가 게을러서다. 소홀해서다.
얼마전 이 영화에 대해 개조식으로 공무원 보고서 쓰듯 하는 이야기를 후기로써 남기긴 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여행자의 필요>는 분명 매력적인 영화였고, 홍상수 감독 특유의(?) 피식포인트가 지금까지 앞선 30개의 장편 작품들 중 가장 신선하여 재미있는 영화였다. 또한 나이가 들면 들어갈 수록 명배우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겠노라며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짓는 이자벨 위뻬르의 명연기는 더 말할 것 없다. 무미건조한 개조식 보고서 형식이 아닌 조금 다른 그릇에 이 영화에 대한 내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일단 한번은 더 봐야 하겠다. 홍상수 감독이(영화 외적인 이야기는 외하고서) 유명하고 대단한 영화감독이라 하지만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을 찍다보니, 유명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선 아마도 빠른 시일내에 <여행자의 필요>가 스크린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 같다. 결국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아가야 할 곳은 씨네큐브 광화문과 같은 독립/예술 영화관 뿐이다.
2024. 05.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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