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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幻の光

홍상수, <강변호텔>

by Fred.Park 2024. 4. 29.

3회째 영화를 보고 나서야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겨우'. '마침내'.

'죽음'에 대한 내용은 데뷔작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혀 다루지 않던 양반이, 도대체 갑자기 왜 '죽음'에 대해 탐구를 시작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감독 자신 이야기다.

사실 영화 말미에서 작품 속의 주인공 시인(*감독 자기 스스로를 투영한 것으로 '매우 그렇게 보여지는')이 정말로 사망한 것인지, 그저 잠시 의식을 잃은 것인진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그 전에 시인의 입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수도 없이 나왔으니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상상할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그 때문에 나는 처음 이 작품을 보고나서는 감독 자신이 어느정도 예술적인 성취도 달성했고, 무언가 걸리는 것이 없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리 외로운가? 하는 '원죄로서의 외로움'을 탐구한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조금 더 파보니 '죽음'이란게 드러나 보여 더욱 의아해지는 작품이었다.


홍상수 감독의 2024년 현재까지 31개 장편 작품들 중 유일하게 은근히 친절한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인트로에서 감독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영화사(주식회사 영화제작 전원사)에서 만들었으며, 언제부터 언제까지 촬영했고, 나오는 배우 이름을 읽고, 제목까지 친절하게 읊어준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투영한 작품'이라고 더욱 강하게 '보여지는'것 또한 어쩔수 없는 부분일게다. 유일하게 영화에 대해 감독이 직접 목소리로 이야기 해주지만, 그 끝은 주인공 남자에 대한 불미스러운 사건 내지 그것을 암시하는 장면이란 것.

아무튼 홍 감독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선 대놓고 주인공 소설가와 내연녀가 살해당하는 것을 표현한 이후로, 직/간접적으로 다시 '죽음'을 스크린으로 가져온 그의 생각은 도대체 무엇일까. 정말 데뷔작만큼 보는 내내 너무나도 무색, 무미, 무취, 건조(게다가 2018년에 웬 흑백영화를)했다. 그래서 계속 물음표만 남긴다.

기주봉 배우를 통해 뭘 말하고 싶었던걸까.

2024.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