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이 영화 속 대사 중엔 '얼굴'이란 말이 참 많이 나온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수 많은 '당신 얼굴'을 바라보고 살지만, 결국 돌고 돌아 그 끄트머리에서 마주치는 것은 '내 자신의 얼굴'이다. 영화가 말해주고 싶은 것은 일단 이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 2
은근히 모순이 되는 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극중 주인공은 자신이 오래전 이태원에 살던 집을 찾는다. 지금 그 집은 다른 가게가 되어있다. 새로운 그 집의 주인과 대화를 한다. "여기 사시나봐요?", "아 여기 살아요."
- 잠시 뒤, 또 비슷한 대화가 오고간다. "여기 사시던가요?", "아 아니에요. 사실 인천살아요."
분명 얼마 시간 차를 두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인물들의 대화인데 곧바로 모순이 등장한다. 아, 이것이 바로 모순 덩어리, 가끔은 아무 생각없이 하얀 거짓말을 흘려대는 우리 인간의 삶 그 자체 아니던가. 방금전엔 기다 했다가, 지금은 아니라 한다. 방금전엔 아니라 헀다가, 지금은 기다고 한다. 우리네 인간들의 '얼굴'이 가진 '양면성'을 드러내보려 한 것일까? 감독은.
# 3
영화의 처음과 끝 장면이 비슷하다. 수미상관. 동생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주인공(이혜영 분). 그러나 결국 계속 마주대하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얼굴'이 아닐까.
2024.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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