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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 生の跡

수행 修行

by Fred.Park 2024. 4. 29.

스스로를 위해 차린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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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로 살게 된지 10년 조금 넘었다. 다시 말해 자취自炊생활 10년차란 이야기다. 1인 가구로 산다는 것은 동거 가족 없이 혼자 생활하며 가사노동을 위시로 모든 것을 내 스스로 영위하고 책임져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자취'란 말엔 '스스로 밥을 지어먹다'란 의미가 있으니, 뭐니뭐니해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건 '먹고 사는 문제'이렷다.

청소, 빨래까진 그렇다 치더라도 많은 1인가구 자취하는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 '먹는 문제'이다. 문자 그대로의 '자취'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셈인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코로나19 전세계적 재앙으로 음식 배달업이 더욱 성행하고 밀키트도 생기고 이래저래 자취하는 사람들을 위한 '먹거리'가 풍성해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먹고 사는 것' 그 자체는 1인 가구에겐 여전히 참 어려운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내가 스스로 밥을 지어먹고 차려먹는 것을 즐기고 좋아하는 편이다. 문자 그대로의 '자취 생활'은 잘 해내고 있는 셈이다. 식당집 손주라 그런건지, 아니면 엄마에게 이모저모 잘 배워둔게 있어서인지 장도 곧잘 보고 이거저거 혼자 잘 해먹기도 한다. 밀키트 같은 반조리 식품이 아니라 가끔은 반찬 그 자체를 혼자 해내기도 하고, 재료 손질도 얼추 잘 해내기도 한다. 가끔은 이런 스스로의 모습에 내가 놀라기도 한다.

무슨무슨 셰프의 명품 밥상이니, 집밥 뭔선생이니 하는 요란한 소리까지 내고싶진 아니하다. 어차피 이것은 내 스스로를 위해 내가 차리는 밥상이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가볍게 식사를 하는것 처럼 흰 쌀밥에 날겨란 하나 풀고, 다시간장 풀어 비벼먹어도 그만일 수 있겠으나, '자취'를 한다는 것은, 그것도 문자 그대로 '스스로 밥을 지어먹는'일은 하나의 "수행"이란 생각이 요즘 들기 시작했다.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며, 나는 널기만 하면 된다. 청소도 어지간한 도구 등을 통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밥을 지어먹는 일은 다르다. 배달음식을 시켜먹거나, 반조리식품 돌려 먹는게 아닌 이상 결국 모든것을 스스로 시작하고 준비하고 끝을 내어야만 한다. 스스로를 위한 행위이지만, 어찌보면 스스로의 수고를 스스로 이끌어내는 행위이고 과정이다. 문자 그대로의 자취생활은 이처럼 '수행'이다. 과장을 살짝 얹으면 '고행'일 수도 있다. 게으른 사람에겐 더더욱 그리 될 것이며, 부지런함에 가까워질 수록 '즐거운 수행'이 될 것이다.

오늘도 집에서 혼자 저녁식사 한 술 뜨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게 된다. 오늘 하루도 '수행'으로 마무리를 하게 된다. 게으름에서 가능한 멀리, 부지런함에 가능한 가까이, 그럴수 있음에 오늘도 감사하게 된다.

2023.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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