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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 生の跡

바느질, 혼자 오래 살다보면 느는 기술.

by Fred.Park 2019. 2. 10.

 

 

 

기숙사와 하숙집, 그리고 자취를 하며 집에서 떨어져 산지도 거의 10년이 다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가운에서 떨어진 단추 하나쯤 다시 바느질 해서 다는건 아무 일도 아니라 생각할 정도가 되었다.

 

아무래도 나란 사람, 매우 게으른 사람이다보니 관성 그 이상의 게으름 때문에 새로운 직장을 얻을 때 마다 얻은 가운이 아닌 학부생 내지 PK때 입던 가운을 자주 입게 된다. 그러다 어느날 그 가운에서 단추가 똑 하고 떨어진 적이 있었다. 단추가 제대로 달린 옷이라면 착용한 상태로 험하게 행동하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단추가 떨어지는 일은 드문 일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됐을까? 이유는 아주 명확했다. 내가 살이 쪘기 때문...

 

조금 부끄럽지만 학부생 시절보다 수치상으로의 몸무게는 물론 겉으로 보기에도 사람이 상당히 옆으로 풍채가 당당해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살게 되었다. 언제부터인진 모르겠다. 그리고 서른살이 넘은 이후부터는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이제는 내가 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그저 슬퍼할 밖에 없었다.

 

뭐 어쩌겠는가. 음력으로도 이제 빼도 박도 못한 새해를 맞았으니, 일단 혼자 살면서 느끼는 심리적 허무감을 채우기 위해 대신했던 식탐을 줄이고자 노력할 수 밖에. 어찌됐든 혼자서 사는 날이 길어지다보니 내 살집을 이기지 못해 툭 하고 떨어진 단추를 보며 무안해하기도, 스스로에게 짜증을 느끼기도, 무엇보다도 내 자신에게 미안함을 느끼기도. 

 

2019.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