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프 에센바흐 선생님을 '바로 앞'에서 처음 뵈었을 때,
공연 영상으로만 보았고, 음반으로만 들었던 그 사람이 내 앞에 있다는 설렘보다는 소위 일컬어지는 '포스'에 압도되어버렸달까. 외모는 얼핏 보면 마블MARVEL 영화에서나 나올 '프로페서X'같은 포스를 풍기지만, 누구보다도 섬세하면서도 파워풀한 음악을 들려주셨던,
이분을 한국에서 처음 뵌 것은 2016년 1월, 정명훈 선생님이 서울시향을 갑자기 그만두신 뒤, 급히 한국에 건너와 세종문화회관에서의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연주회를 지휘해주셨던 그 때였다. 원래도 매우 사랑하는 작품인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이기도 했지만, ........ 아니 에센바흐 선생님이?!
나는 서울시향 관계자가 아니며, 그쪽에 연이 거의 없어서 어떻게 정명훈 선생님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에센바흐 선생님이 오시게 되었는지 그 경위를 알 순 없다. 허나 지휘자가 누구냐를 따져보기 이전에 서울시향의 단단한 연주력에 감동 그 이상의 감동을 느꼈더란다. 그래서 모든 연주가 끝나고 나는 '기립'했다. 그 다음은 '박수'였다.
교향곡 9번은 미완성으로 남겨두고 작곡가는 세상을 떠났지만, 브루크너라는 작곡가가 '본격적'으로 오스트리아에서 두루 존경받는 '국민 음악가'의 반열에 들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은 바로 이것 교향곡 7번이다. 원래도 오랫동안 좋아했던 작품이긴 했는데, 요즘들어 자꾸 이것만 찾아 듣게 된다.
작품 속의 모든것이 소중하지 아니한 것 하나 없으나, 나는 특히 첫 악장 51마디 레터B 부터 시작되는 오보에와 클라리넷 소리에서 항상 전율을 느낀다. (참고로 나는 클라리넷 주자 출신... 이라기엔 민망할 정도긴 하지만 어쨌든.) 그리고 두 번째 악장은 작곡가가 생전 지극히 존경했던 선배 음악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죽음을 애도하며 만든 부분인데, 나는 이 악장 전체가 아트 그 이상의 경지의 아트라 부르고 싶을 정도라 생각한다. (참고로 브루크너 교향곡 2악장은, 오래전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에 배경음악으로 쓰이기도 했다.)
내가 사랑하는 작품, 그리고 내가 존경하는 지휘자가 어우러졌으니 이걸 다 듣고 잠들지 아니할 수 없겠지.
2022. 10. 20. 새벽.
작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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