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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또는 인스타그램을 쓰다 느낀 것이다. '스캠의 방식'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
대체로 한국인 남성들이 일본인 여성들에게 호의적이라는 점을 악용하여, 도용한 사진으로 일본 여성 가계정을 만들어 남성들에게 접근하는 방법도 이제는 시들해진 모양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싱글 마더(아이를 홀로 키우는 이혼 내지 사별한 여성)를 사칭한 계정이 슬슬 고개를 들고 활개를 치기 시작한 모양이다.
얼마 전에도, 별 다른 생각 없이 페이스북에서 친구 추가를 받아준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 언제인가 갑자기 메시지를 보내며, 자기는 이혼 후 딸 아이를 혼자 키우는 사람이라 말한다. 외롭고 쓸쓸하니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카카오톡은 쓰지 않으니 "라인" 아이디를 알려주겠네 뭐네, '나'를 두고 멋진 사람이니 만나고싶네 마네. ... 그래서 아무런 대답 없이 차단한 일도 있었다. 결국 로맨스 스캠의 전형적인 방식을 들이밀고 있는 모양새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으니까.
가뜩이나 어떻게든 타인의 뒤통수를 치고 타인의 피눈물로 내 집 마당에 거름을 줘야하는게 이 나라의 소위 '국룰'이 되어버렸다지만, 이 불신사회에도 그나마 '믿음'이란게 존재하니 미약한 관계의 실이 이어져 사는것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스캠, 그러니까 사기를 치거나 당하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믿는 것'을 역으로 이용하니 발생하는 문제이다. 누군가는 사기 당하는 것을 지능의 문제라 함부로 말하기도 하고, 멍청하니까 당한 것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당한 사람은 결코 멍청하거나 바보라서가 아니다. 그는 그저 '믿었을' 뿐.
그냥 '불신'하고 모든 것과의 연결을 단절하면, 사기를 치는 일도 당하는 일도 없어지겠지. 그러나 그만큼 서로 고립되어 살아갈 것이다. 불신시대, 불신시대 하지만 최소한의 믿음마저 저버리진 말아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러려고.
2024.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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