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 한편으로는 일 할 사람 없는 특정 업계. 세대 갈등. 정치적 갈등. 이념 갈등 등. 갈등이 없는 사회는 사회가 아니라 할 수 있겠으나, 작금의 우리가 딛고 서있는 이 대한민국이 심상치 않다. 사회라는 무형의 개념을 의인화하고 본다면, 이는 분명 조금씩 죽어가는 중환자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또 무엇이 문제가 아닌지를 쉽게 설명하고 진단하기가 너무나도 어렵다.
눙쳐서 '그냥 다 문제다'라고 하자니,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매우 비겁한 변명이 될 것 같다. 문제를 정면으로 맞이해야 문제가 문제인지를 알고 대응할 수 있는 법이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 아프게 하는것이 무엇인지를 정면으로 맞이해야 그것을 피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게' 무엇일까?
매일 진료실에서 두 가지 신문을 구독해서 읽고 있다. 소위 보수와 진보로 대표되는 신문 각각 하나씩을 구독하고 있다. 매일 환자를 보고, 치료실과 진료실 내 자리를 왔다갔다 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어떤 이야기들이 신문에 쓰여있는지를 꼼꼼히 읽어보고자 노력한다. 헌데 최근들어 보수와 진보를 넘어, '한 목소리'로 보도하는 내용들이 몇 가지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울분'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울분'은 단순한 우울과는 다르다. 우울함과 분함을 모두 포함한다. 단순히 우울함을 넘어서서, 언제든 화가 치밀어 폭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고, 기사를 더 자세히 읽어보니 바로 우리를 둘러싼 정치 상황 그 자체에 대한 울분임을 곧장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엄격하고 평등하게 집행되어야 할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에 대한 울분이라는 것은 행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결국 또다시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자 '그분'에 대한 이야기다. 역대 어느 정권도 비판적인 여론이 없던 적은 없었다지만 지금은 뭔가 다르다는 걸 우리는 직감하고 있다. 어떤 민간인 부부나 커플이 자신의 배우자나 연인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면 그것은 우리는 멋진 모습이라 박수를 쳐 줄 수 있을 것이지만, 나라와 아내를 저울질하며 자신의 아내에 대한 조금의 의혹이라도 '반헌법'을 외치는 저 모습을 보고 어느 누가 국정을 믿고 맡길 수 있을까?
어떤 이에 대해서는 범죄 사실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안까지 언론에 흘리고 전국민적 조리돌림 망신을 주던 수사기관이, 살아있는 권력의 배우자에 대해서는 대놓고 대국민 거짓말을 하기까지 이른다. 지금까지 참고 또 참았던 평범한 우리 이웃 시민들이 언제까지 이를 두고 볼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저 진료실의 백면서생일 뿐인 나의 시선에도 지금 이 상황은 중환자를 마주한 것이라 생각될 정도이다. 그렇다면 정치적 의식이 매우 높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 절대 다수의 시선에선 과연 어떠할까?
법에 의한 지배는 어디에 갔고, 어째서 헌법 위에 자신의 배우자를 우뚝 세워둔 로맨티스트를 우리는 언제까지 그저 지켜만 봐야 할까? 언제부터 최고 권력자의 배우자에 대해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 '반헌법'이 되어버린 것일까? 이쯤에서 우리 모두는 이 말을 외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나라와 배우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나라와 배우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 < 칼럼 < 기사본문 - 부천뉴스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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