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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世の中

日常遺憾

by 이웃집박선생 2024. 8. 7.

 

 

지난 주 일이었다.


언젠가 '동네 형님'들과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횡단보도 옆엔 신축 오피스텔이 있고, 그 오피스텔 입구엔 작은 정자와 벤치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벤치 위에 뭔가 시커먼 것이 올려져 있어 취기에도 궁금증이 몰려와 한번 다가가 그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검은색, 가죽 소재의 작은 손가방이었다. 겉에 새겨진 모양새를 자세히 보니 루이비통에서 만든 것이었다. 일단 그것이 진품인지 가품인지 여부를 떠나 누군가가 그냥 흘리고 갈 리는 없다고 판단했고, 길 건너면 바로 경찰 지구대가 있어 가져다주려는 생각에 벤치로 다가갔다가 잠시 멈춰서게 되었다. 수 년전 있었던 '작은 비극'이 생각나서였다.


우선 경찰조직 전체를 비하하고자 함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둔다. 절대다수의 경찰관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 열심히 근무하고 계시다는 것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일부가 전체의 물을 흐리는 법이다. 오래 전, 부친께서 누군가가 흘리고 간 지갑을 찾아주려 했다가 '점유물 이탈 횡령'을 저지른 범죄자로 몰려 고생을 하신 적이 있었다. 당시 경찰의 수사는 너무나도 엉성했고, 그 흔한 CCTV조차 확인 하나 하지 않고 부친을 범죄자로 몰아 검찰에 송치하려 했던 것을 지금도, 아주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내가 어설프게나마 법대를 졸업하여 법학 학위를 가진 놈이기에 저런 곤혹을 치르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혹여 물건을 돌려받은 상대측이 못된 의도로 나를 고발하더라도 방어할 자신도 있었지만 애초부터 그런 귀찮은 일에 연루되는 것이 싫다는 생각이 들었더란다. 그 당시, 그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곧바로 경찰 지구대가 있으니, 곧장 가져다 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판단하여 나는 그 루이비통 손가방을 가지고 곧바로 지구대로 이동하였다. 다행이도 그 자리에 가방을 잃어버린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고, 물건을 곧장 경찰관이 보는 앞에서 돌려줄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로 이야기가 끝이 났다면 그래도 해피엔딩인데, 문제는 그 이후였다.


그 루이비통 가방을 잃어버렸던 여성분께서 사례를 하겠다고 하였지만 여러 차례 거절하다가, 마지못해 내 명함을 드렸던 것이 실수였을까? 몇 일이 지난 뒤, 그 가방 안에 현금 얼마가 있었는데, 잃어버린것 같다는 경찰측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앞서 말한대로 예상했던 범위 내의 최악의 시나리오였지만, 그렇다고 실제 '당하는' 입장에선 황당할 밖에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행이도 내가 그 검은 가방을 습득한 장소 바로 뒤에 CCTV가 있었고, 그 CCTV를 통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가방을 또 다른 장소에서 옮겨와 그 벤치 위에 두고갔음을 확인하여, 끝내 누명을 벗을 수 있었지만, 다짜고짜 그 안에 얼마가 들었으니 '나'부터 의심을 하고 고발을 한 부분에 대해선 극도의 불쾌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해보니 이해가 가긴 했다. 물건을 곧장 가져다준 사람, 즉 '내'가 물건을 돌려받기 전 가장 마지막으로 그 가방을 건드린 사람이니, 내 입장이었어도 돌려준 사람 먼저 어느 정도 의심은 하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더 큰 문제가 있음을 곧장 알게 되었다. 가방 주인이란 사람 마저도 그 안에 현금 얼마가 들었는지를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것, 그리고 가방을 잃어버렸던 장소에 대해 '횡설수설'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뭔가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아, 이거 짜고 쳤구나.


직감은 현실이 되었고, 현실은 나에게 펼쳐져 다가왔다. 그러나 바로 전에도 이야기 하였듯, 나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음은 CCTV와 녹화된 시간대를 통해 밝혀졌기에 누명을 곧장 벗을 수 있었다. CCTV가 녹화된 시간과 그 가방을 습득하여 지구대에 가져다 준 시간차가 5분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곧장' 습득하여 가져다 주었음이 입증되었고, 내가 그 안에 현금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열어보고 확인하는 행동 조차 없었으니 나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었던 것. 그리고 끝끝내 알고보니 가방을 잃어버린 여성, 그 가방을 그 벤치에 두고간 남성은 알고보니 '일행' 이었던 것. 


자, 여기서는 내가 지금 이런 억울하고 불쾌한 일을 당했소. '공론화' 해주시오! 내 기분에 공감 '해달란' 말이오! 라며 유치한 짓을 하려는게 아니다. 다만 말하고 싶은 것은, 이제는 누군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줘도 곱게 가져다주지 못할 망할 세상이 되어 너무나도 씁쓸하다는 것이다. 결국 '일당'들에게 사과를 받지 못하였고, 오히려 경찰측에서 미안하다고 연신 전화를 하는 것이 더더욱 안타까웠다. 그 가방 안에 정말로 얼마의 현금이 들어있었는지, 혹은 현금을 잃어버린 척 하면서 형사 합의금을 뜯어낼 목적이었는지 이제와서 나는 알 순 없으나, 어찌됐든 세상은 그렇게 서로 총질하고 칼겨누며 암구호를 주고받아 서로 맞아야만 하는 모양새가 되어가는거지 싶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를 외칠 뿐.

2024.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