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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幻の光

키타노 타케시北野 武, <그 남자 흉폭하다 その男、凶暴につき>

by Fred.Park 2022. 5. 10.

비트 타케시, 혹은 키타노 타케시北野 武로 잘 알려진 만능 엔터테이너. 이 양반이 처음 영화감독 겸 주연으로서 제작한 <그 남자 흉폭하다>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노숙자를 폭행한 불량 청소년 한놈을 제대로 참교육 해주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되는데, 이게 생각보다 꽤 찰지다(?). 싸대기 때리는 모습과 그 효과음이 특히 그렇다.

 

그 불량 청소년이 노숙자를 폭행하고 집으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들어가자, 극중의 아즈마東 형사('흉폭'한 경찰 역할)는 그 아이의 집으로 찾아 들어가 찰진 싸대기를 날려대면서 "니가 뭐 했는줄 알지?"라고 묻는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라고 거짓말하며 개기는 우리 청소년. 그러자 아즈마 형사는 아이에게 싸대기를 한대 더 때리고 박치기를 하며 끝내 그놈을 넉다운 시킨다. 그런 뒤에 "그럼 씨발 나도 아무것도 안한거네!"라고 외친 뒤 자백을 받아낸다.

 

당연히 누구든 이런식으로 남의 잘못을 끌어내서는 안되며, 경찰이라면 더더욱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이런 장면에서 우리가 '통쾌함'을 느끼는 이유가 뭘까? 바로 잘못을 곧바로 인정하지 않고 질질 끌고 구라치다 손모가지 날아가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라서다. 아니, 심지어는 손모가지는 엄한 사람들이 날아간다. 진짜 나쁜놈들은 그게 나쁜건지 아닌건지 그 자체도 모르고, 으레 자기가 누리는 모든것이 공기처럼 '있어야 할 것'으로 여기고 그렇게 살아가겠지.

 

요즘들어 비트 타케시(키타노 타케시)가 감독 내지 주연(혹은 둘 다)을 맡은 영화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감상중인데, 이 영화 <그 남자 흉폭하다>에서 느낀 소감, 남은 감정은 '통쾌함' 뒤의 '허무함'이었다. (특히 엔딩으로 갈 수록 진짜 허무, 아니 허망해진다.)

 

물론 더 강렬한 허망함을 느끼게 해주는 그의 영화가 있다. <소나티네>다. 그건 진짜 말도 못하겠다.
 
 
2022. 0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