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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世の中

러닝머신

by Fred.Park 2024. 4. 2.

 

우리가 흔히 러닝머신이라 알고 있는 운동기구가 있다. 이 운동기구의 정식 명칭은 트레드밀(treadmill)이다. 트레드밀의 어원은 tread(밟아서 뭉개거나 으깨다)와 mill(방앗간)의 합성어이다. 트레드밀은 19세기 영국에서 발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트레드밀은 죄수들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밀, 곡식 등을 빻아 제분을 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형벌의 도구'이다. 죄수들은 하루 일정 시간 동안을 트레드밀 위를 달리며 곡식을 밟아서 빻아야만 했다. 제자리 달리기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운동으로서의 효과, 또는 신체적 변화는 예나 지금이나 다른 건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죄수들의 건강 관리를 위한 운동기구라고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애석하게도 그렇지는 않았다.

감옥 등의 밖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자유인들에겐 먹을 수 있는 만큼 먹고, 마실 수 있는 만큼 - 자신의 삶의 제반 여건이 허락하는 한에서는 그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죄수들에겐 먹고 마시는 자유 조차도 허락되지 아니하였다. '배불리'먹을 자유는 애진즉에 박탈당한 몸 되시겠다. 그런 상황에서 트레드밀에서 하루 일정 시간동안, 그것도 '비자발적'으로 달려야만 했다는 것은 운동효과를 넘어서 몸에 고통을 주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트레드밀은 단순한 육체노동의 고통뿐 아니라 '목적없이 반복되는' 행위에서 나오는 따분함 역시도 죄수들에게 정신적 고통까지 안겨주기엔 충분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형벌의 도구가 오늘날 와서는 '자발적'으로 운동을 하기 위해 알아서 찾아 올라가 뛰는 도구가 된 것이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시각에선, 트레드밀이 처음 등장한 19세기 영국의 상황을 의아하게 바라보듯이, 과거의 사람들이 지금의 우리를 바라본다면 그들의 입장에선 우리를 무어라 일컬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고자 '형벌의 도구'에 올라탄 이상한 사람들로 보지 않을까? 혹은 변태라든가.

2024.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