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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목소리 星の声

The Beatles - Rain, 1966년 작

by Fred.Park 2020. 6. 2.

 

 

한때 이런 괴소문들이 있었다. 서태지 노래를 거꾸로 돌려 들으면 "피가 모자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 방실이 노래를 거꾸로 돌려 들으면 "털이 모자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 최초는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라는 노래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바리에이션도 참 많다. 그렇다면 '거꾸로 돌려 듣는 것'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는 말을 ".다신가어들 에방 가지버아"라고 읽는다고 되는게 아니다. '음절'단위로 제대로 돌려 말해야 한다. "높이높이 날아라"를 음절단위로 거꾸로 돌려서 말하면 "ㅏ라ㅏㄹ 이폰이폰"이 되는데, 이를 그대로 녹음해서 거꾸로 들어보자. "높이높이 날아라"라고 그나마 어색한 발음으로라도 나오는 것을 귀로 듣고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노래를 만드는 등의 기법을 '백마스킹'Backmasking이라 한다. 그 최초이자 오늘날 까지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비틀즈의 1966년 발표작 <Rain>이다. 일단 그냥 듣기엔 꽤나 경쾌한 1960년대 중반 영국 노래겠거니, 하는데 마지막에 존 레논이 뭔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뭔가 신비로운 주문인것 같지만 사실 별거 없다. 가사 돌려서 말한것일 뿐이니까. 특히 다른 멤버들이 코러스 넣어주며 뭔가 이상한 괴성을 지르는 듯한 소리는 바로, "niaR"라고 하는 것이다. 거꾸로 읽어보자. "Rain"이다.

 

이후 백마스킹 기법은 여러 뮤지션들에게 널리 쓰이게 된다. 앞서 말한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는 전혀 근거가 없는 괴소문이지만, 가수 김현정은 <떠난 너>라는 곡의 초반 도입부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며 속삭이는듯한 말을 하는데, 사실 이를 거꾸로 돌려 들으면 "이번 앨범 죽을 힘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MP3를 다운받지 말고 제발 사 주세요."라는 말을 녹음한 것이라 한다. 그 밖에도 여기 다 소개하지 못할 정도로 수많은 뮤지션들이 백마스킹 기법을 이용해서 다양한 노래들을 만들었고,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최초는 바로 1966년의 비틀즈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야밤에 이것을 듣는다. 아까 비도 왔었지, 참.

 

 

2020.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