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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世の中

'사람'이 먼저다?

by 이웃집박선생 2024. 5. 22.

이 사진은 본문과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있다고 생각이 든다면 온전히 그건 기분탓.

 

오래 전, 국회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라고 열변을 토하던 사람이 있다. 최근 그 사람은 결국 자기를 향한 충성심이란 유일한 잣대로 난공불락의 성(城)을 쌓으려다 실패했다. 성을 쌓기는 커녕, 지금 있는 것도 쉽게 지키기 어렵게 되었다. 헌데 그 사람은 자기 자신을 둘러싼 상황 파악이 하나도 안되고 있는 모양이다. 특정 질병의 이름을 본딴 그에 대한 멸칭을 쉽게 찾고 보고 읽고 들을 수 있고, 그가 정말 좋았다던 사람들 마저도 지금은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긋지긋하다는 말을 토해내기에 바쁘다. 불과 2년만에 달라진 내 주변의 상황이다.

잘 안다. 내가 술에 취했다 해서 세상이 전부 취한 것은 아니란걸. 내가 행복하니 세상이 모두 꽃밭은 아니란걸. 내가 슬프다고 하여 세상이 나와 함께 울어줘야만 하는것은 아니란걸. 하지만 2년 전 그가 훌륭한 사람이라 치켜 세우던 내 주변 사람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지금은 그에 대한 멸칭을 말하고 그의 아내에 대한 더 심한 멸칭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의 주변사람들과 그가 속한 집단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분명 무언가 달라졌음은 확실하다.

정치 이야기 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결국 지금의 그를 만들어낸 이는 전직 대통령이고, 어떤 법무부 장관이고, 또 그 당시의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이라고. 나 역시도 이 말에 어느정도 동의한다. 심심하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그를 '때리는' 구도만 비추어지는데, 거기에 맞선 순교자, 희생양 이미지만 차곡차곡 쌓아온 셈이다. 그렇다고 그가 '약한'사람은 아닌지라 그렇게 두들겨 패는 모습을 보여도 끄떡 하지 않는 모습도 동시에 연출된다. 거기에 침묵으로서 사실상 방관하던 당시 대통령까지. 모든것이 완벽했다.

하지만 그 이전의 일들을 더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는 특별히 어느 정파성을 가졌다기보단 '그냥 검사'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의 그런 '그냥 검사'의 모습에 '감동'을 했던 모양이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검사가 수사권 기소권으로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는 그의 어록에 많은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때도 정권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 소신대로 수사를 하고 범법자를 법정에 세웠고 끝내 단죄했다. 때문에 실제로 그는 지난 정권에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그를 두들겨 패는 모습 이미 훨씬 이전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영웅시'되어왔다. 심지어 전직 대통령의 복심 중 한 사람이 그에게 은밀히 정계입문을 권유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왔을 정도였다. 아무튼 그는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영웅'으로 우리 사회에 인식이 되어왔었다. 그리고 그는 이미 그때부터 잠재적인 최고 권력 후보자로 인식되어왔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영웅으로 생각했던 그 사람의 다른 모습들은 지금 와서 보니 심히 비참하다. 권력의 외압에 굴하지 않는 강골검사로서의 모습, 그리고 그것과 병치될만한 '상남자'의 모습은 오직 자신의 배우자에게만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헌법적 권한을 남용하면서까지 '상남자'가 되시겠다고 한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겠다더니, 자기에게 충성을 다하는 사람은 무슨 짓을 저질러도 헌법적 권한을 남용하면서까지 끌어안는다. 자기에게 충성되지 않는 모습엔 쉽게 '격노'한다. 이 모습들을 우린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해야만 할까? 그러니 우리가 한 발짝 더 나아가 깨달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세상엔 '백마타고 온 초인'따윈 없다는 것. 특정 이벤트 한두면 만으로 어느 한 사람을 섣불리 영웅시하고 그에 대한 '오래 지켜봄' 없이 섣불리 큰 힘을 들려주었다간 어떤 상황을 맞게 되는지 우리는 지금 잘 알고 있다.

자기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큰 소리로 외치던 사람이 '사람'에 쉬이 휘둘리는 모습을 보인다. 답답하다.

2024. 0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