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교수님을 추모하며,
I.
오늘은 마광수 교수님의 기일.
본인은 "잊혀지고싶다."고 했지만, 시대를 잘못 만나 외롭게 살다 간 천재를 어찌 함부로 잊나.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을 떠올려보자. 지금 웹소설 웹툰 등 '수위 높음'을 떠나 더러워서 읽기 거북한 야설(야한 소설)이나 웹툰들이 차고 넘치는데, 이들이 지금 수갑차고 감옥가고 법정에서 심판이 내려지길 기다리는지?
오히려 사건번호 92고단10092의 판결문이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코미디물이 되어버린 지금.
II.
故 마광수 교수 필화사건에서 진정으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부분은 재판과 유죄 판결이 아니라 그 이전의 절차다. 즉, 수사와 기소. 그리고 그 수사를 '누가'하느냐를 잘 보아야만 한다. 수사는 어디서? 바로 '검찰' 이야기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속엔 시대를 관통하는 대사들이 많다. 그 중에서 조범석 검사(곽도원 분)가 최익현(최민식 분)을 죽도로 때려 눕힌 뒤 발로 밟으며 "야, 내가 깡패라면 넌 깡패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 나온 대사가 바로 그러했다. "넌 내가 깡패라면 깡패야." 시대를 관통하는 해당 영화 속 대사들 중 하나였다.
마광수 교수의 작품에 대해서도 검찰이 "이건 음란물이야. 내가 음란물이라면 이건 그냥 음란물이야. 넌 그걸 만든 나쁜 새끼야."라는 기조로 수사를 했고, 기소를 했을 것이다. 기소를 하고 재판에 넘겨 유죄 판결을 받아낸다. 그렇게 결국 마광수 교수를 범죄자로 만들어낸다. 그러나 오늘날 이 사건은 썩은 미소를 지을 일 정도로 남게 된다. 마광수 교수가 쓴 <즐거운 사라>가 그렇게 까지 막돼먹고 해로운 음란물이라면, 지금 검찰가서 조사받고 법원가서 재판받고 감옥가야 할 사람들은 도대체 몇 이나 될까?
III.
정말로 그 소설책 <즐거운 사라>가 마 교수를 '인신구속'을 시키고 매스컴에 스포츠 경기 중계하듯 내보내며 전국민적 조리돌림을 할 정도였을까? 머리에 든 생각과 그것에 대한 표현만으로 인신을 구속한다. 내가 그것을 음란하다 생각하니 너희 모두 그렇게 생각해야만 한다. 내가 이것을 해롭다 여기니 너희 모두 그렇게 여기고 이것을 해롭다 여겨야만 한다. - 이런 식으로 엄한 사람 하나를 구속하고 재판에 넘기고 유죄를 받아낸 검사들 중 몇몇은 이후 승승장구하여 자기 조직 수장에까지 오르거나 국무총리에까지 오른다. 그들에게 지금 와서 이 일을 물어보면 기억은 하고 있을까?
지금은 그 누군가가 나서 사과를 하려 해도 그분이 가신지 벌써 6년이 지나버렸다.
2023. 9. 5.
'세상에서 世の中'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국 우리는 밥을 먹고 산다. (0) | 2024.04.11 |
---|---|
러닝머신 (0) | 2024.04.02 |
결국 사람의 힘, (0) | 2024.03.29 |
한 걸음 더 가보면 보이는 것들, (0) | 2024.03.26 |
우리 모두는 그저 '인간'으로 태어났을 뿐인데, (1) | 2024.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