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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않겠는가 食べないか。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한우보신해장국>

by Fred.Park 2022. 4. 19.

** 2024년 4월 29일 기준, 폐업.

물론 이 팬데믹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은 잘 안다. 허나 2년여간의 '거리두기'라는게 몸에 습관이 들어 참 무서워진다. 어딘가 밖으로 나돌아다니기도 망설여지고, 늦은 시간에 어디 나가 출출한 배를 채우기도 망설여진다. 2020년 이전의 우리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비일상의 일상화를 하는 것도 뭔가 밀린 숙제 하는 것 마냥 짜증스럽다. 그래도 다시금 고개를 돌려 여기저기를 바라보자. 거리엔 사람들의 수가 조금씩 많아지고 있다. 이미 이역만리 먼 땅에서 여행을 즐기는 주변 친구, 지인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완연한 상춘객이 되진 못했지만, 넘들 하는거 보면서 괜스레 나도 기쁨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도 나는 어제, 늦은 시각임에도 외발산동 어느 국밥집에 앉아있을 수 있다는 그 자체로 기뻤다. 여기는 그 누구라도 멱살이라도 잡고 끌고와 같이 식사나 술 한잔 하고싶을 만한 해장국집이다. 가게 이름부터가 보는 그대로 <한우보신해장국>이다. 준비된 메뉴는 딱 수육과 해장국 둘 뿐이다. 그러나 여긴 정말 일부러라도 와서 먹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게 위치가 매우 외졌다.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신광명마을이란 곳,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여긴 번화가도 아니고, 무슨 지하철역이 지나다니는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이 김포공항 바로 근처지, 공항으로 바로 드나드는 관문이 되는 곳도 아니다. 그래도 여기는 일부러라도 와서 식사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내가 수 년전 여기 외발산동 신광명마을을 찾았던 당시의 이 자리를 떠올려보았다. 원래 이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고, 어떤 창고 내지 공장같은게 있었다. 동네 자체가 한적한 주택가이지 어디 밥먹고 술먹고 물건 사들고 다니는 동네는 아니다보니 이게 왜 여기에 있지? 처음엔 참으로 의아했었다. 알고보니 개업한지 이제 한 달 조금 넘었다고. 

이 수육이, 소위 <청진옥>이나 마포 공덕동의 <신촌설렁탕>같은데 가면 3만원 넘는건 기본일 것이다. 그런데 저 정도의 양이 되는, 그리고 고기의 질 마저도 훌륭한 수육이 18,000원 밖에 하지 않는다. 게다가 한우다! 해장국은 된장과 소고기 끓인 국물을 베이스로 하는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중용을 지킨 맛이라 한줄 요약으로 평을 갈음해볼 순 있겠다. 요즘 서울에서 이런 수준의 해장국 하나 먹으러면 만원 넘나드는게 예삿일인데, 8천 8백원밖에 하지 않는다. 국물도 뻑뻑하고 고기도 많이 들었다.

조만간 여기에서 모임 한번 조직 해봐야겠다.
누구든지 환영해요 보신해장국. 일단 가게 이름부터가 참 맘에 들었으니.

위치 : 서울 강서구 남부순환로19길 10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