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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않겠는가 食べないか。

오사카 야키니쿠, 호루몬야키 <なにわホルモン 宋>

by Fred.Park 2020. 2. 5.

 

우리가 먹은 술과 고기의 양은 객관적으로 장난이 아니었다. 심지어 밥까지 시키고 사이드 메뉴로 김치까지(우리가 김치를 '기본 반찬'이라 생각하는 것과 달리, 잘 아시다시피 일본은 반찬 하나 하나도 따로 주문을 해서 먹어야 한다.) 주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000엔을 넘지 않았다니? 남정네 세명이서 그렇게 고기와 술을 무진장 퍼먹고 퍼마시고도 저 가격밖에 나오지 않았다. 총 14500엔. 술안주로 먹을 마지막 볼살구이는 서비스로 주시기도 했고, 그냥 어느정도 할인을 해주신것 같기도.

 

오사카부 오사카시 히가시나리구 나카미치에 위치한 고깃집이다. 사모님은 곧바로 우리 일행이 한국인인걸 알아본듯 한데, "한국어 메뉴가 없는데 괜찮겠느냐?"라고 말씀하시더란다. 즉, 이곳은 한국인이 찾지 않는 가게란 소리다. 실제로 JR모리노미야역 주변은 오사카성을 제외하면 한국인이 특별히 관광을 목적으로 찾아갈 곳이 없는 곳이다. 그러나 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현지의 식문화와 술문화를 몸소 체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일행은 가게를 찾아 나섰다. 그것도 아주 맛있는 야키니쿠집을. 그렇게 어쩌다 얻어걸려 들어간 가게가 바로 이곳이다. <나니와호루몬 소우(송)>

 

원래 아주 오래전에 이 동네 나카미치의 <쿄로쨩>이란 가게에서 야키니쿠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기억을 더듬어 <쿄로쨩>으로 가려했다. 그러나 <교로쨩>은 이미 자리가 꽉 찼기도 했고 또 오랫동안 대기를 해야만 했기에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걸음을 돌려 다른 가게를 찾아볼까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하고 내 감을 믿고 들어간 가게.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 아타리였다.

 

우리가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던 도중에 제주도 이야기를 하자, 사장님이 갑자기 한국어로 "고향이 어디에요?"라고 하시더란다. 깜짝 놀랐었다. 오사카엔 재일교포 출신들이 운영하는 야키니쿠집이 많은것이야 주지의 사실이긴 한데, 혹시 이분도?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아버지가 제주도 출신인 재일교포 2세라고. 한국인을 만나서 반갑다고 하신다. (가게 이름으로 미루어 추측해보건대, 아마 한국 성씨로는 '송'宋씨가 아닐까 싶다.)

 

명함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꼭 다시 찾아오겠노라 말씀드렸다. 사장님의 성함은 노야마 리오? 아니, 노야마 토시오. 아마도 일본에서 사용하는 통명이거나 실제로 성을 만들어 사용한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 지나가는 관광객들이 하는 말이니 사장님 내외분이 얼마나 우리 말을 믿어줄진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로 가까운 시일 내에 이 고깃집을 또 찾을 생각이다. 그냥 한국인이 아니라 재일교포 출신, 우리 동포라니까 괜스레 반갑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찾아다녀봤던 야키니쿠집들 중 가장 나와 잘 맞기 때문이다.

 

 

고기의 질이 특별히 엄청 뛰어나서, 혹은 고기 찍어먹는 소스의 맛이 뛰어나서, 술이 특별히 뭔가 맛있어서는 분명 아니다. 다만 그냥 이 가게, 나와 아주 잘 맞았다. 정말로 가까운 시일 내에 이 가게를 다시 찾을 것이다.

 

2020년 2월 1일 찾아갔던 가게,

2020. 02.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