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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 生の跡

lefthander;

by 이웃집박선생 2025. 2. 5.

左利きです。

 

왼손잡이는 왼손잡이를 쉽게 알아본다. 같이 식사를 하거나, 뭔가 필기구를 잡고 같이 공부를 하는 등. 특히 같이 식사를 할 때엔, 나란히 옆에 앉아있음에도 서로 팔이 부딪히지 않는 것을 보고 바로 알아차리게 된다. 왼손잡이가 천재라느니, 뭐 어떻다느니 하는건 과학적 근거가 매우 부족하긴 하지만, 왼손잡이로서 왼손잡이를 마주치면 뭔가 엄청난 기쁨과 반가움을 느끼게 된다.

특히 동년배와 윗 세대의 왼손잡이를 만나면 정말로 반가움을 느끼게 된다. 공유된 경험이란게 있어서다. 왼손을 쓰면 부정을 탄다느니 하는 미신 때문에, 왼손을 결박당한 채 억지로 오른손으로 식사를 하거나, 연필을 잡고 뭔가를 써야만 했던 경험. 더 나아가, 저것 보다 더 심한 물리적 폭력까지 당해본 경험 등. 이유는 단 하나다. 그건 잘못된 것이니까. 부정타니까. 과학이건 미신이건, 어른이 하는 말 이라는 이유 앞에서 모든 것은 부정된다. 내 존재마저도. 한 손이 묶인 채.

왼손의 '왼'이 '외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안다. '외다'는 말은, 그 자체로 부정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국어사전에선 뭔가 잘못되었다, 혹은 어질러져있다는 의미로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또한 오른손을 일부 연세 지긋하신 어른들은 '바른손'이라 부르기도 한다. '옳은', '바른'에서 말이 유래되었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영어 단어로도 오른쪽은 'Right'이며, '바르다', '맞다'는 말과 그대로 통한다. 영단어 Left라는 말 자체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있진 않으나, '오른쪽'의를 뜻하는 다른 단어, dexter. 그리고 그것의 반대말인 sinister는 '사악하다', '해롭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도대체 왼손잡이는 무엇을 잘못했던 것이기에, 이토록 기나긴 세월 핍박을 받아왔었을까. 난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 경험의 공유. 공유의 경험 때문에. 같은 왼손잡이를 만나면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그 반가움의 정도를 숫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말로 어느정도 살짝 비유를 들어 표현해볼 수는 있겠다. 하루 정도 쫄쫄 굶다가 갑자기 내 앞에 돼지갈비와 시허연 쌀밥. 맛있는 된장 고추장 쌈장. 상추와 마늘, 깻잎. 그리고 그 옆엔 배추김치가 놓여있다. 자, 이제 식사를 시작하자. 첫 술을 입에 넣은 직후 느끼는 순간적 환희를 떠올리면 된다.

과장 하나 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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