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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목소리 星の声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한, 멘델스존 교향곡 4번. 그리고 5번.

by Fred.Park 2022. 8. 20.


1.
김선욱 지휘로 오늘 이 작품,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연주회가 있다더라. 그러나 나는 예매를 하지 못해 공연장에 갈 수 없게 되었고, 이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했다.

2.
지금이야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조금만 있어도 언제 어디든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시대이지만, 멘델스존이 살던 시기엔 '여행'이란 부자 귀족들만이 즐길 수 있는 사치스러운 취미였다.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이란 비아냥을 듣곤 살았지만, 다른 음악가들의 복리후생을 위해 멘델스존 만큼 애썼던 사람 또 찾기 어렵다. 게다가 자신의 여행 경험을 통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4번 <이탈리아>나 '핑갈의 동굴'로 알려진 <헤브라이덴 서곡>과 같은 훌륭한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누가 그에게 돌을 더 던질 수 있겠는가? 당시 동료 음악가들의 치기 어린 질투였을 뿐이었다. 그 모든것들은.

3.
1악장 Allegro Vivace는 이게 멘델스존의 작품인지 알바냐 쓰레빠냐 하더라도, 누구나 어디서든 한번 쯤은 꼭 들어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강렬한 태양. 푸른 하늘. 힘차게 솟는 분수대. 광장. 수많은 사람들. '기분좋은' 시끌거림. 그 모든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첫 악장. 아직 나는 이탈리아에 단 한번도 가보진 않았지만, 언젠간 꼭 이탈리아에 가서 이 음악을 들으며 거리를 활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그런 작품이다.

4.
교향곡 5번 <종교개혁>에 대해선 사실 그동안 관심을 크게 두진 않았다. 멘델스존은 생전에 교향곡을 총 5개 작품을 남겼는데, 그 중 마지막 작품인 <종교개혁>은 사실 그의 5개 교향곡들 중, 두 번째로 완성되었으나 스스로가 '이 작품은 미숙하다'고 박하게 평가를 내렸기에 그가 죽은 뒤에나 악보가 출판되고 연주회에 오를 수 있었던 그런 작품이었다고. 아직까진 이 작품을 들어본 횟수가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지만, 뭔가 '멘델스존 다움'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그렇다고 예술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뜻하는건 아니다.)

5.
오랜만에 누구와의 약속 하나 잡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청소를 하고, 밀린 빨래를 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정돈한 뒤에 여유롭게 음악을 들으며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실은 '외로움'이란걸 잘 타고 사는 '나'라는 인간인데, 오늘 만큼은 외로움 없이 안온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좋은 일이다.

2022. 0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