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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목소리 星の声

The Beatles, <Rubber Soul>

by Fred.Park 2020. 3. 1.

 

 

 

 

 

1950년대 후반, 캐번 클럽이나 함부르크의 펍에서 매일 밤 박봉과 각성제에 괴롭힘을 당했던 이들은 1962년 메이저 데뷔 이후 영국, 유럽 그리고 전 세계를 제패한 아이돌이 된다. 그러나 자신들의 '음악'을 듣기보단, 그저 자신들 그 자체. Fab Four의 존재에 집착하며, 음악을 듣지 않고 공연장에서 그저 '꺄악'거리기만 하는 청중들에 피곤함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다.

 

1965~1966년은 비틀즈 멤버 4명(Fab Four)에게도 꽤나 큰 전환기였다. 어깨 들썩거리는 로큰롤이나 러브송을 조금씩 벗어나 자신만의 '철학'이 들어간 노래를 쓰기 시작했고, 그것이 조금씩 절정에 달하기 시작한 때가 바로 1965~1966년이다. 그렇게 <Rubber Soul>과 <Revolver>앨범이 탄생했다. 각각 비틀즈의 '따스함'과 '차가움'을 보여주는 앨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1965년에 발표된 <Rubber Soul>앨범엔 기본적으로 '따스함'이 서려있기는 하지만, 그 노래들의 내용 그리고 가사를 잘 뜯어보면 조금 '피식'웃을 만한 것들이 참 많다.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때문에 '노르웨이의 숲'으로 알려진 Norwegian Wood (This Bird Has Flown)은 사실 존 레논이 당시 아내였던 신시아 레논을 피해 바람을 피운 내용이 담겨있고, I'm Looking Through You나 Thnink For Yourself의 가사를 잘 들어보면 '뭐 이런 꼰대 마초새끼가 다 있나?'라고 할 정도이다. (영국 신사는 없다. 영국 꼰대 마초는 있다.) 태양이 부른 어느 노래의 "내가 바람펴도 너는 바람 피지마~ 워우예"는 애교 수준도 안될 정도로.

 

첫 곡인 Drive My Car의 경우는 요즘 말로 쉽게 설명하자면, "이 미친 오라질 된장년들 ㅋㅋㅋ"이라 욕하고 놀리는 노래이다. 겉보기보단 꽤나 마초스럽고 괴짜스러운 비틀즈 멤버 4명 Fab Four의 매력이 또 이런데 있는거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Girl이란 노래도 뭔가 애절한 사랑노래 같지만, 중간에 코러스를 잘 들어보면 피식 웃을 수 밖에 없는 '성적인 말장난'도 있다.

 

하지만 이 앨범을 진정으로 빛내주는 노래들이 또 따로 있다. Nowhere Man, In My Life와 같이 철학냄새 그득한 노래들이 있고, Michelle, If I Needed Someone과 같은 절절한 사랑노래도 있으니 결국 이 음반이 55년이 지난 지금에까지 명반으로 남아있는거 아닐까 싶다. 멜로디가 좋고 가사가 좋다는 상투적인 평가 그 이상으로, Michelle이나 If I Needed Someone은 '진정성'이 담겨있는 노래들이니까. 그래서 아무 약속도 없는 여유로운 일요일 오후, 도쿄 시부야의 어느 중고 레코드샵에서 겨우겨우 찾아낸 이 LP를 꺼내 턴테이블에 올려둔다.

 

 

 

2020. 03.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