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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냄새 本の匂

<프롤로그 : 읽기 전> 자살하는 대한민국, 김현성 지음

by Fred.Park 2024. 4. 30.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란 말이 있다. 책의 표지만 보고 그 책의 내용 등을(함부로) 판단하지 말라는 뜻이다. 책의 제목 <자살하는 대한민국>이 매우 도발적이다. 어디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우리 주위에서 죽겠다, 힘들다는 소리를 우리는 수도 없이 들을 수 있다. 자살률이 OECD 국가들 중 1위를 다툰다는 이야기엔 이젠 무덤덤해졌다. 너도나도 힘들고 억울하고 우울한 세상이라 한다. 유튜브를 찾아 들어가보면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 참 좋아하는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나라의 지금 모습이 훗날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라 주장한다.

(* 그런 이들은 짐짓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애국자인 척 하지만, 속으로는 정말로 우리 사회가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처럼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듯 느껴진다. 이는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닐듯 하다.)

아무튼 이 책. 제목부터 심히 도발적이다. 심지어 책 제목에 대해 불쾌감까지 느껴진다. 안그래도 살기 팍팍한 '헬 조선' 이 땅에, 또 여기다 대고 대한민국이 '자살'한다며 급소에 비수를 꽂아넣는다.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가 어쩌구 하는 이야기 부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은 언론 지상을 통해 수도 없이 보고 들었다. 미래가 없단다. 눈 앞이 캄캄하단다. 도대체 뭘 어쩌자는걸까? 이게 다 한국인들의 근성이 못돼먹어서일까? 소위 MZ세대라 불리우는 애들이 이기적이고 싸가지 없는 녀석들이라서일까? 세상의 변화에 한 치도 따라가지 못하면서 젊은이들 탓만 하는 꼰대 노인세대들이 문제일까? 한국의 부자들은 죄다 인간성 따윈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이 탐욕에 찌든 나쁜놈들이라서 문제일까? 반대로 가난한 이들은 노력 하나 하지 않는 게으른 못난이들이라 그런걸까? 아니면 그놈의 지정학적 문제 때문에 외교, 안보적으로 대한민국이 여기저기 치이고 살아 가기에 우리나라가 이처럼 '아픈'걸까? 도대체 이유가 뭘까? 그리고 더이상 이 나라가 아프지 않을 방법은 또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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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모든것들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아니, 사실 세상 문제에 정답이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 대한민국에 산재한 사회적 문제들을 '돈의 문제'로서 솔직하게 바라보기 시작하면 무언가 '길'이 보이지 않을까? - 운을 띄우기 시작한다. 저자는 나와 오랜 기간 교류해온 김현성 형兄이다. 그러므로 내가 아는 김현성 형이 쓴 책이라면 제목이 매우 도발적, 더 나아가 불쾌하게 느껴질진 몰라도 이 사람이 끝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믿고 읽을 수 있게 된다.

동네 대폿집에서 술에 취해, "이런 씨X, X같은 세상!" 소리지르며 소주병 집어던져 깨기는 정말 쉬운 일이다. 또 당장 카메라 앞에 앉아서, 이 나라의 미래는 베네수엘라이고 아르헨티나이며 여러분들은 대한민국을 하루 속히 탈출해야만 하고, 우리네 자식들을 하루 속히 '검머외'로 만들어야만 우리 모두가 극락정토에 갈 수 있노라고 나 역시도 스크립트 없이 열 시간은 떠들어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윤두창이라 놀려대며 가운뎃 손가락 치켜 올려 욕하기도 쉽다. 특정 정치세력이 집권을 하고 국회 다수의석을 가져서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다 욕하는 일도 매우 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행동들은 우리사회가,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아픔, 즉 문제에 대한 본질을 회피하는 매우 비겁한 행위들일 뿐이다.

지금 우리가 '왜' 아픈지, 그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다. 더 나아가 우리가 아파하고 있는 것을, 그리고 그 상처를 해결하고 치유하는 일은 더더욱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 대한민국이 품은 문제들에 대해 본인이 생각하는 원인과 해결책, '길'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찌보면 매우 용기있는 시작이다. 우리 더이상 비겁해지지 말자고 제언한다. 그러니 제목은 심히 도발적이나,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을 것임을 굳게 믿으며 독서를 시작한다.

2024. 0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