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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냄새 本の匂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by Fred.Park 2024. 3. 18.

바로 지난 3월 초, 직접 본 것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일본 교토부 교토시.

 

 

- 금각金閣이여! 너무나도 아름다운 것, 그 아름다움이 '지나치게' 찬란하여 나를 삼킬것 같아. 그러니 그것을 불태워 없애버리겠어! -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탐미주의, 유미주의적 작품들 중 절정에 있다고 평가되는 이 <금각사 金閣寺>. 실제 일본 교토의 녹원사鹿苑寺에 위치한 금각金閣을 별도로 일컫는 명칭이기도 하지만, 앞서 말한 것의 반복으로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대표작품들 중 하나의 제목이기도 하다.

서두에 쓴 한 마디. 내가 이 <금각사>를 읽고 나서 느낀 점을 딱 한마디로 요약한 것 되시겠다. 아름다운데, 너무나도 아름다운데 그 아름다움이 나 까지도 집어삼킬 것 같아. 나를 끝내 무너뜨릴 것 같으니, 이제 아니되겠다 싶어. "금각을 불태워야한다!"고, 실제 작중에선 주인공은 이처럼 독백한다.

이 소설은 실제 금각사가 화재를 입은 사건을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이기도 하다. 즉,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다는 것이다. '금각金閣'으로 알려진 곳은 본래 교토 녹원사鹿苑寺의 '사리전'을 별도로 의미한 것으로, 건물 바깥은 실제 금으로 도금되어 있다고 한다. 금각사가 불탄 사건은 1950년 일어났으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금각의 모습과 예전의 모습은 매우 다르기는 하나, 구舊 금각의 모습은 '찬란함'보다는 고즈넉함에 방점이 찍혀있음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그에 비해선 지금의 금각은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어떠한 모습의 금각일지라도 예나 지금이나 금각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이들은 수도 없었을 것이겠지만, 실제 금각사에 불을 지른 사람은 어째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알 순 없으나, 소설 속 주인공은 압도된 나머지 불태워버리겠다는 결심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행하기까지. 그리고 그 전의 마음 속으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했던 모든것을 미시마 유키오만의 아름다움으로 풀어내었던 좋은 작품으로 감상하였다. 

이미 몇 주 전, 교토를 찾아 직접 금각사를 보고 오기도 했지만, 언젠가 가까운 시일 내에 나는 또 다시 교토를 찾을 예정이다. 겉으로 압도하고 겉으로 웅장한 아름다움이 아닌, 가슴 속으로 조금씩 스며들듯 압도되는 아름다움. 그야말로 '일본의 미美'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교토이기 때문에. 교토는 일본의 천년 고도라는 타이틀을 떠나, 그냥 있는 그대로 모든 '일본의 미美'가 모인 곳으로 담백하게 이해해주면 그만이라 생각한다.

2024. 03. 18.

책을 읽은지는 꽤 되었으나, 블로그를 재개한 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아,
다시 천천히 정리중에 있다. 지금까지의 기록들을.

 

몸을 일으켜 멀리 계곡 사이의 금각金閣 쪽을 내려다보았다. 이상한 소리가 그곳에서 울려왔다. 폭죽 소리 같기도 하다. 무수한 인간들의 관절이 일제히 울리는 듯한 소리이기도 하다.

여기에서는 금각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소용돌이치는 연기와 하늘로 치솟는 불길이 보일 뿐이다. 나무 사이로 수많은 불꽃이 날려 금각 위의 하늘은 금가루를 뿌린 듯하다.

나는 다리를 꼬고 오랫동안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 미시마 유키오 三島由紀夫, <금각사金閣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