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국. 그리고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 바로 SNS의 양면성.
사람의 인정욕구가 로고스이자 파토스이자 에로스로서 얽히고 설켜 매 순간 멈춤 없이 소용돌이 치는 곳.
사람인즉 인정욕구가 없을 수 없겠지만은, 특히나 SNS는 '비교'가 매우 쉽다보니, 그만큼 그 부작용도 큰 법이다. 바로 누가 더욱 행복한가를 '전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스개소리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X(구舊 트위터)나 쓰레드는 누가누가 더 미쳤는지 경쟁하는 곳이고, 페이스북은 누가 더 똑똑한지 경쟁하는 곳이며, (난 머리가 나빠서 다행이다...?) 인스타그램은 누가누가 더 비싼밥 먹고 좋은 차 끌고 골프 잘 치는지 (그것이 실제 자신의 것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경쟁하는 곳이라고.
무튼. 사람인즉, 흔치 않은 아주 극히 일부의 케이스를 제외하면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데, 어찌 타인과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싶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책 <인정욕구>는 말한다. 인정욕구는 절대로 '악'이 아니라고.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그러니 이를 적당히 조절함이 중요하다 강조한다. 어찌보면 중용의 미(美)랄까. 어차피 인정욕구란 어지간하면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아주 당연한 것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며, 이는 절대로 부끄러운 것도, 숨겨야할 것도, 악덕도 아님을 이야기한다. 이어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를 언제든 우리의 손 안에서 '다룰 수 있는' 수준에서 조절하며,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또 타인에게 진정으로 관심을 기울이면 조금은 더 행복한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음을 말한다.
특히 이 책에서 지적한 어느 대목에선 부끄러움을 잠시, 그러나 깊이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인정욕구가 과도하여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런 이들은 남에게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자신을 말려 죽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혹은 인지한다 하더라도, 타인이 바라보는 자기의 모습에 대한 걱정에 금방 다시 압도된다.
이런 이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자기는 분명 타인에 대해 '배려'를 하고 있는 '착한 사람'이라 철석같이 믿지만, 사실 이처럼 인정욕구에 찌든 이들은 타인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 없다. 왜냐면 진정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 진정으로 자신을 배려하는 방법,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니 타인에 대해 진정으로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겉으로는 착하고 순하며 배려심 많은 사람으로 보이지만, 과한 인정욕구로 고통받는 이들이 관심있는 것은 순전한 상대방이 아닌 상대방이 '나'에 대해 가지는 시선과 생각 그 뿐이다.
아, 이것은 나의 이야기가 아닐까. 그러니 잠시, 깊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짧은 책이었지만, 또 지금 시대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많은 이들에게 좋은 '생활 지침서'같은 책을 만난 기분이었다. 인쇄하느라 갈려진 나무에게 미안할 정도로 흔하디 흔한 어설픈 처세술 책과는 다른.
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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