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헌법재판소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판결이 내려졌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정 사상 유례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비극이기도 했다. 2016년, 우리 대한민국 국민, 즉 대한국민들은 거리에 나서서 외쳤다. "이게 나라냐!" 그 어느도 그러한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대통령은 사실상 최태민-최순실 부녀의 꼭두각시였고, 헌법과 법률에 의한 질서가 아닌 대통령 최측근의 인치人治에 의해 국정이 좌지우지 되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극소수의 지지자를 제외하고 전 국민이 모두 이러한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나라냐!?"


일각에선 질서있는 퇴진과 조기 대선을 요구했지만 청와대의 권력자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정권의 법률적 호위무사(?)라 할 수 있는 법무부장관과 민정수석이 동시에 사의를 표했다. 아무리 살아있는 권력이 되었다 하더라도 명백히 드러난 국정농단의 오욕을 덮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최재경 前 민정수석은 "후배 검사들의 수사를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을 남길 정도였다. 최재경 수석이 임명장을 받기 전에 후배 법조인들로부터 "불타는 수레에 타서는 안된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박근혜 정권의 말로는 참으로 비참했다. 그리고 그 끝은 시민들의 힘에 의해 끌어내려진 비운의 권력자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박 前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의 핵심들은 지금 모두 감옥으로 보내졌다.


그러므로 다시 우리는 묻게 된다. "이게 나라냐?"라고 묻던 우리 시민들. 이제는 다시 묻게 된다. "무엇이 나라인가?" 


헌법은 한 나라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지금 현재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헌법은 다소 모호하고 선언적인 내용으로 점철되어 종교 경전을 읽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헌법은 뼈가 되고 법률과 규칙, 명령등이 뼈에 붙은 근육과 살, 그리고 핏줄과 신경이 되어 비로소 한 나라가 '몸'으로서 온전히 완성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자 이국운 교수는 바로 이 헌법,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과 1조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우리에게 던진다. 바로 이 책에서 말이다.


우리 현행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을 읽어보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가만, 틀렸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이다. 


저자는 바로 이 헌법의 주어를 '대한국민'으로 설정하고, 우리 헌법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피고 미래지향적인 헌법의 가치는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차분히 설명한다. 그러한 점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나의 입장에서 헌법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갖게 해준 좋은 책을 만난 셈이었다. '헌법'이라는 말에 아무 생각없이 집었던 책이 나에게 깊고 넓은 생각을 갖게 해주었고 혜안을 갖게 해주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잊고 있었던 헌법의 '주어'를 찾게 해준데 대해 이 책에 가장 큰 가치를 부여하고싶다. 헌법이란 그저 선언적이며, 어찌보면 종교 경전과 같은 색채를 지닌 것으로 보일지라도 결국 그 헌법의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헌법의 '주체'가 있을 것이고, 그 가치를 받아들일 '객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주 당연한 사실이다. 우리는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2016년 거리에서 "이게 나라냐!"라고 외치던 '대한국민'들의 힘이 아니었다면 앞으로도 계속 헌법의 주어가 누구이고 무엇인지를 잊고 살았을 것이다. 


이 책은 헌법을 묵상(默想)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역시 다분히 종교적인 표현이다. 묵상은 말없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거나 기도한다는 의미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국교國敎를 인정하지 않기에 전자의 뜻으로 헌법을 묵상하는것이 조금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헌법을 묵상한다는 것, 그 중에서도 헌법의 주어를 생각한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계속해서 해야하는 숙제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헌법은 1948년 제헌국회 이래 10번의 개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 대한민국 헌법이 어떻게 새로운 얼굴을 가지게 될진 알 수 없으나, 헌법의 '주어'를 묵상한다는 것은 우리 헌법이 과거와 지금 현재에 그치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저자 역시 "이게 나라냐?"라고 외치던 헌법의 '주어'들이 앞으로 "무엇이 나라인가?", "무엇이 헌법인가?", "헌법이 지녀야 할 가치란 무엇이고, 그 가치를 어떻게 현실에 이뤄낼 것인가?"를 끊임없이 묵상하고 고민하기를 행간에서 권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능동적인 헌법의 '주어'를 위한 책이라 생각한다. 주변에 일독을 적극 권하려 한다.



2018. 11. 18. 

2018. 11. 19. 수정





Posted by Frederick.